오롯한 슬픔(The ‘sad’ of alone resolute)
슬픔의 바위 사막 제 15편( Rock desert of sorrow part. 15)
셀레네의 축복을 받은 빗방울들이
요정의 날개에서 떨어지는 빛의 가루들처럼
은빛으로 반짝거리며 하늘에서 내려오고 있었어.
거대한 대지에
영원처럼 흐르던 어둠이 숨을 죽이고
마녀는 마을 한 복판의 광장에서
백일몽의 불씨를 피워놓고
구름과 대화하려 했어.
은빛으로 빛나는 빗방울들이
백일몽의 불꽃 속으로 몸을 던지고
그때마다 튀어 오르는 불티들이
하늘을 향해 제 몸을 불사르며 피어올랐지
사방으로 흩날리는 불티 사이로
구름들이 꿈을 꾸고 있었어.
“왜 그렇게 슬피 우는 거니?”
마녀는 노래하듯 이야기 했어
그러자 어디선가 울음소리가 들려왔어
남자의 목소리로 짐작되는 그것은
순수한 슬픔을 노래하고 있었어,
오롯한 슬픔
그 어느 누구도 없이
그저 홀로 세상에 남아버린 자의 외로움
그 어느 누구의 호의도 받을 수 없는
받으려고 하다가 기어코 모든 호의 따위 필요 없다며
차라리 적의 그 자체를 원하게 되어버린 자의
끝도 없는 비탄의 절규
가장 함께하고픈 사람으로부터
가차 없는 잔혹한 결별을 당한이의
끝없는 슬픔
자신을 찾아올 적의를 향하여
마주 적의를 표출하기를 바라는
내면의 감추어진 분노
선량한 시민의 탈을 쓰고
적의조차 표출하지 않는
무의미한 허깨비들에 대한
완벽한 무관심
또는 완벽한 분노의 해방
그 때
울음소리에 맞추어 절망의 창이 공명하듯 울고 있었어.
슬픔에 겨운 이가 제 몸을 가누지 못하고 경련하듯
창은 세차게 진동했다가 미약하게 진동하길 반복하면서 계속 울었어.
‘무슨 연관이 있는 것일까?’
마녀는 과거의 어느 날 자신이 흘렸던 눈물 한 방울을 꺼내
타오르는 백일몽의 불꽃 속으로 던져 넣었어.
세상을 집어 삼킬 듯이 거세게 타오르는 불꽃
어둠만이 흐르는 세상이 꾸는 꿈속에서
마녀는 울고 있는 절망의 창을 가만히 놓았어.
“여기 운명이 나에게 준 절망을 품에 안고
그 절망에 지지 않고 그 절망을 보듬어
운명의 끈이 닿아 있는 반대편
아리아드네(Ariadne)의 실 자락 같은 가냘픈 힘에 의지해
나, 내 사랑과 운명의 결말을 보고자 합니다.
당신을 만나고 싶습니다.“
꿈속에서
창은 가만히 떠올라
비가 오는 세상의 중심에서 슬피 울었어.
수많은 기억들이 꿈결 속에서 피어올라
흩날리는 불티처럼 허공중을 부유하고 있었어.
마녀는 떠다니는 기억들을 하나씩 열어 보았어.
전투의 꿈
슬픔을 제련하던 기억
길을 잃고 헤매이던 기억
파편처럼 비산하던 그리움
눈물을 분노로 내려치는 그 순간의
대장장이의 가슴속에서 휘몰아치던 모든 감정들
끝내 표출되지 못한 채 억눌려져버린 모든 감정들이
마녀의 가슴속에서도 휘몰아치고 있었어.
대장장이가 스스로 흘린 눈물이
냉혹한 태양아래에서 얼어붙을 때
가슴 저린 그 눈물이
한낱 쓸모없는 돌멩이가 되어버리는 그 순간의
대장장이가 강제로 느껴야만 했던 그 모든 마음들과
그렇게 얼어붙은 차가운 돌덩이 같은 자신의 슬픔들을
그가 어떤 마음으로 달구어왔고
어떤 마음으로 내려쳐 왔는지까지
그 모든 순간의 감정들이 마녀의 가슴속에서 휘몰아쳤어
마녀는 드디어 대장장이의 모든 것을 알 수 있었어
그리고 지금 그가 어떠한 상태인지도 알 수 있었어
그리고 그 남자가 누구인지도 알게 되었어.
비 내리는 도시의 오후, 빗방울과 함께 떨어져 내린 누군가의 일생이
바로 대장장이의 일생이었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알 수 있었어
일생이라는 시간 동안
자신이 사랑하는 여성을 찾아내기 위한 모든 방황들과
자신이 찾고자 하는 어떤 진실을 찾기 위한 모든 과정들이
마치 주마등처럼 마녀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가고
눈앞에서 환상이 되어 아른거리다가
모든 기억들과 장면들이 인어공주의 물거품처럼
하나 둘 스러져가고 있었어.
흩날리는 꿈결 속에서
마녀는 대장장이가 사용하던 나침반을 발견 했어
눈물 흘릴 줄 모르는 자들이 그런 마녀를 발견했지
마녀는 사방으로 백일몽의 불꽃을 흩뿌려
그들을 물러나게 했어
그리고 나침반을 붙잡았지
백일몽의 불꽃은 커지고 커져가며
세상을 삼켜버리기 시작 했어.
대지에 고요히 흐르던 어둠도
한없이 떠다니던 꿈들도
사람들이 잠들어있던 집들도
세상 모든 것들이 삼켜지고 있었어.
모든 것이 사라지고 나타난
거대한 바윗덩이들로 가득한 세상
마녀는 자신이 슬픔의 바위사막 속에
버려졌다는 것을 깨달았어.
발길 닿는 모든 것들이 진창으로 변해버린
온 세상 가득히
하늘이 흘리는 눈물들만이 가득한 사막 속에서
마녀는 발걸음을 떼었어,
나침반이 가리키는 곳을 향해서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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