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경(白鯨) No.2(Moby Dick No2.)
슬픔의 바위사막 외전 제 15편(Abduction of the “Rock desert of sorrow” part. 15)
1774년 쿡선장이 조지아 섬을 발견하고
수많은 탐험가들의 도전 끝에 1820년
너는 마침내 그 혹한의 속살을 드러내었다.
피와 학살의 시간
언제나 그렇듯이
인간은
자신들의 로망을
피로 물들였다.
너의 자녀들 중에서 가장 거대한 것들이
인간의 손에 잔해가 되어 그 뼈다귀들이
그들의 고향이 될 수 없는 땅바닥을 굴러다니고
셀 수 없는 너의 자녀들이 절멸 당하다 시피 하였다.
오랜 시간이 흘러
비록 더 이상의 학살은
멈추었다 하지만
더러워진 바다에 오염되어
갈 길을 잃어버린 나머지,
잠수함과 석유 탐사선의 소음에
그 가냘픈 고막으로 피를 흘리며,
기생충에 의해 중이 조직이 파괴되어,
너의 자녀들은 바다의 품에 안기지 못하고
적도에서부터 너를 향해 회유하던 그 길목
네가 아닌 다른 대륙의 해안으로
마치 좌초된 선박처럼 떠밀려온다.
깊은 상처에서 피 흘리는
거대한 꼬리지느러미를 퍼덕이며
포유류는 짓눌린 폐로 호흡곤란을 일으키고
굶주림과 고통에 괴로워하다 다시 바다로 나아가지만
파도에 떠밀리고 방향감각을 잃어버려
다시 해안가로 되돌아온다.
전설은
분수공으로 물을 뿜어내는 행동조차
할 수 없게 되어버렸고
펭귄들과 물개들의 군중들은
눈앞의 전설의 죽음을 바라보며
혼란의 극치에서 방황하며 소리 지른다.
그들은 현실을 부정하기로 한다.
껌뻑이는 커다란 눈으로
너의 자녀는 학살의 시간과
그 이전의 시간들을 꿈꾸다
마침내 육신을 해안가에 둔 채
그 마음만 너에게로 회유한다.
따스한 적도까지 내려온 육신을
따스한 해안가에 내버려두고
그 영혼만이 차가운 너에게로 회유한다.
네가 품고 있던 차가운 바람 따위 아랑곳 하지 않고
빙하 밑의 거대한 크릴새우떼를 집어삼키던
바로 그 시점의 차가운 바다 밑으로 회유한다.
그녀석들의 유일한 낙원으로 회유한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나는
나의 몸에 지느러미가 없음을 한탄하다
차가운 너를 품은 바다 밑으로 뛰어들려다
그 빙하 밑의 크릴새우 무리사이로 파고들려다
기어코 나의 행동을 구속 받았다.
그것은 불가항력이었다.
적어도 나에게는,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의 석판화 속 주인공
뱃살과 젓통을 늘어뜨린 채 벌거벗은 시엔(Sien)이라는 창녀처럼
나는 결국 벌거벗은 모습으로 네 앞에 서게 되리라
너의 차가운 바람과 너를 품은 빙하의 바닷물 앞에서
불우한 우리들의 자녀의 손을 붙들고
좌초된 너의 자녀를 그리워하며
나는 얼마나 울어야 하는 것일까
'슬픔의 바위 사막 '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까이 혹은 멀리(Near or far) (0) | 2016.10.11 |
---|---|
백경(Moby Dick, 白鯨) (0) | 2016.10.11 |
Goodnight My Dear (0) | 2016.10.11 |
지쳐 쓰러진 분노(Tired fallen anger) (0) | 2016.10.11 |
전깃불(Electric lamp) (0) | 2016.10.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