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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바위 사막

지쳐 쓰러진 분노(Tired fallen anger)

지쳐 쓰러진 분노(Tired fallen anger)

슬픔의 바위 사막 제 16(Rock desert of sorrow part. 16)

 

 

거대한 바위가 가득한 끝없는 사막

폭풍은 바위 틈바구니를 가로지르며

맹포하고 음울한 포효를 내지르지

밑도 끝도 없는 바위의 미로 속에서

바람은 길을 잃고 헤매며

한없이 슬픈 목소리로 흐느껴

미쳐버린 풍신(風神)의 흐느낌은

길 잃은 여행자를 전율케 하지

 

마녀는 팔뚝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어

거센 바람 때문에 우산을 펼치는 것은 포기해 버렸어

마녀는 조용히 폭풍을 가로질러 걸어갔어.

끝없이 흐느끼는 울음소리가 들려와

바람의 귀곡성이 돌의 미로 속에서

씨실과 날실처럼 서로 얽혀버린 끔찍한 공명 사이로

간간히 인간의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거야

정신질환자를 미치게 만들 것만 같은

순수한 슬픔의 소리

마녀는 귀를 막고 싶은 심정 이었어

하지만

 

이 소리는 귀를 막아도 들려

눈을 감아도

미로 속을 헤매는 슬픔이 보여

마녀는 그것을 알 수 있었어

 

그것은 많은 사연이 담긴 어떤 남자의 인생에서

그가 자의와 타의 양자 모두에 의하여

그동안 흘려온 모든 눈물들의 총 합이야

그 남자의 가슴이 온통 불에 타고 남은 재의 가루들이

눈물이 말라버린 소리로 바뀐 귀곡성이야

생에 있어서 자아가 아닌 타자에 대한

그 어떠한 기대감조차도 남지 않게 되어버린

어떤 텅 빈 가슴에서 흘러나오는 공허한 울림이야

좋은 것을 떠올리려 할 때마다

좋은 것을 하려고 할 때마다

그보다도 억만 배나 더 나쁜 것들이

그의 자아를 현혹하고

그가 가장 무력한 순간에

도움의 손길 대신에 그를 파괴하고

그를 미워하는 어떤 움직임들만이 가득한

어떤 배타성에 대한 적의가 소리로 바뀌어버린 거야.

마치 도와주는 것처럼 유예를 주다가도

그가 정말로 무언가를 하려는 어떤 순간에

때맞추어 그를 방해하는 요인으로

모든 것이 바뀌어버려

몇 번인가 그는 정말로 모든 것을 버리고

자신을 둘러싼 인지의 간격 밖으로 나가 보았어.

그리고 정말로 적의만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음을 느꼈지

 

단지 그렇게 해도 되는 일일 뿐

정말로 현실적인 의미가 될 수 없고

그것이 정말로 현실적인 의미를 가질 때

그가 아닌 타인의 인생과

그의 삶이 함께 망가지게 되는 어처구니없는 이야기를

무조건 믿으라고 말하며 실제 말과 행동으로는

그와 타인의 삶을 모두 망가트리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들

 

현혹하고 헤매게 하고

나쁜 것을 주고

좋은 것은 빼앗으면서

있는 것은 빼앗지 않을 테니 믿으라 말하고

있는 것조차도 스스로 잃어버리도록 현혹하면서

무조건 믿어달라고 해

 

실질적인 삶의 의미가 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모조리 다 빼앗아놓고

실질적인 삶의 의미가 되기 힘든 무형의 무언가를

아주 작은 무언가를 하나 주고는

믿어달라고 이야기 해

 

남자가 바랐던 것은 그런 시험이 결코 아니었어.

그의 가슴이 바랐던 구원이란 그런 시험을 이겨내고

승리의 성취감을 얻는 것이 절대로 아니었어.

남자가 바랐던 것은 이기기 위해 타인을 짓밟는 것이 절대로 아니었어.

남자가 일평생동안 자아가 아닌 타자에게 바라왔던 단 한 가지는

그에게 주어진 시험의 문제와는 전혀 다른 무엇인가였어.

 

아무리 삶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세상을 향하여 피투(皮投) 된 것이라 하여도

껍질이 벗겨진 채 내동댕이쳐진 것이라 하여도

그가 원했던 삶이란 그런 것은 결코 아니었어,

적어도 그가 지난 세월동안 스스로 삶이라 믿으며 살아왔던 것과

그의 진짜 현실 사이에는 지나치게 큰 괴리가 있었어,

 

아니 다 필요 없는 이야기야

그가 바라왔던 단 한가지란

그의 진짜 삶이 어떠한 것이었고

그의 삶이 어떠한 가치를 가지는가 하는 것과는

전혀 별개의 문제이니까

누군가가 재미삼아 그를 가지고 놀면서

그의 삶에 대해서 좋은 평가를 하건 나쁜 평가를 하건

그가 바랐던 것은 평가를 받는 것이 절대로 아니었으니까

 

단지 살아가려 하다 보니 싸우게 되었고 시험을 치르게 되었을 뿐

그것은 그가 바라왔던 것이 절대로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이제 그는 그가 바라왔던 그 한 가지를

절대로 세상의 그 어느 누구에게도

기대하지 않기로 마음먹었어.

그것을 세상의 그 어느 누구도 주려 하지 않는다는 명백한 진실을

깨달아버렸으니까

그의 모든 부서진 마음들이 소리가 되어

의미가 변질된 눈물들이 바윗덩이로 변한 돌덩어리 같은 세상의 미로 속을

미친바람과 함께 나부끼고 배회하고 있었어.

 

그의 삶의 모든 것을 이미 알고 있는 마녀는

그의 마음을 이미 이해하고 있었지.

단지 마녀는 아직 스스로의 마음을 정하지는 못했어.

그것은 대단히 중대한 결심이고

어떤 충동에 따라서 결정하면

반드시 후회하고 그 마음이 뒤바뀌게 되는 일이라고

그녀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그녀 스스로도

자신의 마음에 대한 확신 같은 것은 절대로 없었으니까.

단지 그를 구해야겠다는 마음뿐이었으니까.

 

확신을 가진 사람은

타인에게 확신을 요구하지 않으니까.

그녀는 단지 그것을 몰랐을 뿐이니까.

 

남자가 일평생을 바라왔던 그 한 가지라는 것은

어떠한 시험의 순간에 정답을 말한 자 에게

어떤 보상으로 주어지는 상품이나 경품이 절대로 아니라는 것을

그녀가 단지 몰랐거나 알고도 무시할 뿐이니까

시험을 치르고서 정답을 행해야 그 보상이 주어지는 것이라면

이미 보상이 되는 그 시점에

그가 바랐던 그 한 가지는

이미 그가 바랐던 것이 아니게 된다는 사실을

그 엄연한 사실을

그녀는 몰랐거나

알고도 무시하고 있을 뿐이니까

아마 나중에 마녀는 스스로 그것을 깨닫게 될 거야.

그리고 누군가에게 화를 내게 되겠지.

그리고 그 누군가는

아마 절대로 남자는 아니게 될 거야.

 

마녀는 여전히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눈물로 이루어진 돌들과 미쳐버린 바람의 미로 속을 걸어갔어.

이를 악물고 한 발짝씩 걸음을 옮긴지 얼마나 되었을까

급류(急流)를 거슬러 오르는 연어처럼

슬픔의 격류(激流)를 거슬러 올라가는 그 길의 어느 지점에서

마녀는 습격을 받았어,

팔이 부서져 나갈 것 같은 거대한 충격

절망의 창은 분노와 부딪힌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튕겨나갔어

마녀는 볼썽사납게 넘어지고 말았지

마녀는 떨리는 손으로 가방을 뒤져

아다만타이트로 만들어진 지팡이를 꺼냈어,

초점조차 맞추기 어려운 눈으로 습격자를 바라보았어,

그리고 백일몽의 불씨를 사방으로 흩뿌려 환영을 만들었어.

 

얼마나 오랫동안 씻지 않았을까

얼마나 오랫동안 굶주렸을까

깡마른 몸 위에 걸쳐진 헐렁한 셔츠 사이로

가죽에 들러붙은 쇄골과 갈비뼈가 가쁜 숨을 몰아쉬고

더러운 때 국물이 빗방울에 씻겨 흘러내리는 지저분한 몰골

얼굴 가득 묻어난 검댕이들

눈물처럼 흘러내리는 검은 물방울

머리카락 올올이 덩이진 흙덩이들이

사내가 고개를 흔드는 대로 따라 흔들리다

바위며 땅거죽 따위에 사납게 부딪히지

 

미쳐버린 분노의 화신(化身)이 되는대로 망치를 휘둘러

돌의 미로는 제 형체를 잃어가고

사내는 기어코 지쳐 쓰러져 바닥에 누워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어.

 

마녀는 샌드맨의 모래가루를 가방에서 꺼내어

쓰러진 사내를 향해 흩뿌렸어,

사내는 기어코 고개를 몇 번 가로젓더니

결국 잠들어버리고 말았지

세차게 진동하며 울부짖는 타오르는 망치

맹수의 포효소리 같은 울음소리를 내는 그것은

마녀가 꿈속에서 보았던 바로 그 망치야

 

하지만 사내는 대장장이가 아니었어,

백일몽의 꿈속에서 모든 것을 본 마녀는

사내가 바로 미쳐버린 거센 바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어

 

조심스레 다가가 거센 바람의 손에서 분노를 빼앗았어.

거센 바람은 그제야 편안한 얼굴이 되어

조용히 숨을 거두었어.

오랜 시간 먹지도 쉬지도 않고

끝도 없이 분노를 태우다 기어이,

모든 생명의 불꽃을 소진시켜버리고 말았어.

마녀의 눈에서 흘러내린 동정의 눈물들이

검은 보석이 되어 거센 바람을 덮어주었어

 

편히 쉬어요

 

마녀는 절망의 창과 분노의 망치를 갈무리하고

다시 길을 떠났어,

 

정녕코 이곳에 다시는 태양이 뜨지 못하는 걸까?

어떻게 해야 그를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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