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오리새끼(The Ugly Duckling)
슬픔의 바위사막 외전 제 25편(Abduction of the “Rock desert of sorrow” part. 25)
이름 모를 야산을 헤맨다.
좋은 자리 찾아 눕겠다고
달밤에 야산을 누빈다.
이자리가 좋겠다며
준비해온 칼을 꺼낸다.
식칼은 무디더라,
커터 칼 따위 부러지더라,
질기디 질긴 목줄기
가녀린 피부 한 장을
채 뚫지 못하고
튕겨 나오는 칼 버리고
기어코 비싼 값 치르고 장만한
아주 예리한 칼이다
이것이라면 꿰뚫을 수 있으리라
전설의 명검 따위 부럽지 않다 되뇌며
이곳이 좋겠다고
달빛 받아 하얗게 빛나는
시린 눈 더미 밟고 서서
나뭇가지며 낙엽 따위
버석 거리며 밟고 서서
천천히 목줄기 더듬어
두근 두근 맥동하는
가녀린 혈관을 더듬는다.
기어코 찔러 넣는다.
질긴 멱가죽 늘어나며 버티다
버티고, 버티고 버티다가
결국 뚫리더라
살을 비집고 파고드는
차가운 칼날의 감촉을 느끼며 고민한다.
‘어느 정도 깊이 까지 찔러야 하나?’
우습게도 걱정스러운 것은
실패 그 자체보다
어설픈 칼질이 신경을 잘못 끊어
평생 불구가 되어
가족들의 짐이 되는 것이 두려웠었다.
한번으로는
안심이 되지 않는다.
한 번 더 하자
한 번 더 하자
한 번 더 하자
그렇게 네 군데 찔러 넣다가
기어코 신경을 건드린 모양이다
느낌이 좋지 않아 그만 두었다
찢겨진 혈관으로 피가 흘러나오고
피투성이 셔츠를 걸치고
비척비척 밤의 야산을 걸어 내려온다.
왜 난 그 하얀 눈밭에 자신 있게 눕지 못 했나
왜 그 야산을 도로 걸어 내려와
피투성이의 몰골로 집을 향하는
대중교통에 지친 몸을 실었나?
왜냐고 묻는 어머니의 질문을 예상했었다
그러나 아무런 말이 없었다.
내 방 이부자리에
피 흘리는 목줄기가 드러누웠다
꿈을 꾸었다
똥이 마려워 어쩔 줄 몰라 한다.
광장의 한가운데 변기가 보인다.
격벽 따위는 없다
나는 꿈속에서
오고가는 수많은 사람 앞에서
바지를 까 내리고 똥을 누었다
눈을 떠보니 아침이다.
간밤에 이부자리는
내가 흘린 피로 범벅이 되어있었고
나는 그 핏자국을 바라보며
오래전 길렀던 한 마리의 오리새끼를 추억한다.
머리맡 바구니에 푹신한 천을 깔고
새끼 오리를 그곳에 앉혀놓고
너는 그곳에서 자고
나는 이곳에서 자자고
손가락 걸고 약속했었다
밤새 새끼 오리는
바구니를 박차고 뛰쳐나와
졸린 눈 비비며 내 머리통을 향해
한 발짝씩 걸어왔었나 보다
내 머리맡에 잠든 새끼 오리와
내가 놓아둔 바구니 사이에는
새끼 오리 똥이 점점이
징검다리처럼 하나씩 놓여있었다.
어젯밤 나는 신경을 건드린 것이 틀림없다
턱이 시큰하니 입을 여닫기가 고역이다
평생 이리 시큰하게 살아야 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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