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의 문을 두드리다 fin.(Knock on the door to your chest fin.)
슬픔의 바위사막 외전 제 22편(Abduction of the “Rock desert of sorrow” part. 22)
구월의 햇살이 한가로운 버스정류장을 사선으로 침범하여
공용 의자위에 앉아 오가는 행인의 줄에 매인 강아지와 소통하는
하염없는 기다림을 감내하는 나의 어깨를 어루만지듯
어긋남이란 인식할 수 없는 접점에서 교차하여
마치 햇살과 나의 조우처럼 무심히 스쳐지나가고
서로가 서로에게 한번쯤 한마디씩 하고는 한다.
“내가 기다려 온 것은 네가 아니야”
사실 내가 기다려왔던 것이 구월의 햇살이 아니었던 것은 맞다.
심지어 그 버스정류장 맞은편에 보이던 야트막한 동산도,
갈대와 가을 풀들과 나무들이 노랗게 물들어가는 가운데
내리는 땅거미와 함께 풀벌레 우는 소리 고즈넉이 울려 퍼지는 것조차도
모두 내가 기다려왔던 것은 아니었다.
물론 그날 구월의 햇살이 가슴 졸이며 나를 기다려 왔는지는 도무지 알 길이 없다.
그것은 내가 거절당할 까봐 애간장을 새까맣게 태우며
간절하게 누군가를 기다려왔던 지난 시간들과는 완전히 무관한 일이다.
단지 햇살은 무심하게 지평선을 넘어갔을 뿐이다.
황혼을 투과하는 버스 정류장 유리창,
투명하여 빛으로부터 유리(流離)*된 침묵의 벽을 따라
희로애락은 모두 불타오르는 추억이 되어
다가오는 밤을 향해 막힌 둑을 터뜨려 오열(嗚咽)을 방류하고
반근착절(盤根錯節),
흐르는 별빛은 수많은 지류들로 흩어져
동양 여인의 눈동자 속에 숨어있는 어둠만큼이나
맑고 깊은 하늘 가득히 역동적으로 굽이치는데,
겨울이 지나고 초봄이 다가와 바람의 마음이 뒤바뀌면
채 쌀쌀한 기운 가시지 않은 날씨에 이름 모를 나뭇가지 꽃눈 틔우듯
그 열기에 녹은 얼음 사이로 시리도록 맑은 하늘이 흐르는 것처럼
서리가 내리고 어둠만이 흐르는 행성의 표면아래
알 껍질 속 작은 공룡의 심장만큼만 뜨거워지는 일
*유리의 한자를 일상적 언어와 다르게 표기하였습니다.
서로 분리 되어 있다는 뜻이 아닌 정처 없이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닌다는 의미 입니다.
*녹은 얼음 사이로 흐르는 맑은 하늘 이라는 표현은 '짙은' 이라는 밴드의 December 라는 노래가사에서 빌려온 표현입니다.
원작과 같은 느낌으로 사용되었습니다. 하지만 품은 의미는 비슷하지만 약간 다릅니다.
원작에서는 다음과 같이 표현 됩니다.
“찬란했던 겨울 호수 얼어붙은 기억
깨진 틈 사이로 흐르는 맑은 하늘과
귓가에 부서지는 눈 쌓이는 소리
잊었던 날들 떠올리며 멍해지는 머리“
원작의 의미가 차가운 기억 사이사이 맑은 하늘과 같은 청명한 마음들
차가웠던 기억들 사이사이 아름다웠던 추억들과 같은 ‘기억’을 중심으로 모티브를 구성했다고 한다면
저는 차가운 얼음과 같은 운명과 화자, 그리고 화자가 사랑하는 대상의 겉모습이 아닌
내면에 살아 숨 쉬는 따스한 ‘마음’ 에 대해서 이야기 했습니다.
이어지는 행과 대비하여보시면 의미가 분명해 지지요
'슬픔의 바위 사막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체스에서 스테일메이트의 개념 The concept of Stalemate in chess (0) | 2016.10.11 |
---|---|
어떤 기다림(What kind of waiting) (0) | 2016.10.11 |
모래시계(Sandglass) (0) | 2016.10.11 |
미운오리새끼(The Ugly Duckling) (0) | 2016.10.11 |
운명이 항상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 상편 上篇(Fate is always passed questions at us.. the first volume) (0) | 2016.10.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