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Yearning)
슬픔의 바위 사막 제 5편(Rock desert of sorrow part. 5)
나는 슬픔을 다루는 대장장이야.
소망의 화덕 안에 한 조각의 슬픔을 넣고
타오르는 소망의 불꽃에 열정으로 풀무질을 하고는
뜨겁게 달아오른 눈물을 차가운 인내의 모루 위에 올려놓고
타오르는 분노의 망치로 힘껏 내리쳐 사랑을 빚어내
내가 만들어낸 모든 것들은 슬픔으로 이루어져 있어
그렇지만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물건들이지
그리움을 바라보며 흘린 눈물은
사람들에게 아련한 감정을 선물 해 줄 거야
난 그렇게 필요에 의해서 눈물을 흘려
눈물 한 조각이 필요해 지면
나는 그리움을 바라봐
기억나지 않는 얼굴
찬란히 빛나는 그 보석은 내부에서부터
눈부신 은하수처럼,
밝게 명멸하는 수많은 성좌들을 품고 있어
은하계를 품은 보석을 하염없이 바라보면
나는 어느새 한 방울씩 눈물을 흘려
눈물은 차가운 태양아래에서 얼어붙어 바위가 되고
뜨거운 소망의 화덕 안에서 사랑을 빚어낼 강철로 제련되지
그리움은 나의 노스텔지어
내 마음의 연인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어떤 여인
짙은 향수가 어린 그곳으로 나는 되돌아가야 하는 것을 알면서도
실질적으로 되돌아가려 했던 적은 없었어.
왜냐하면 그녀를 믿을 수가 없었거든
온전한 믿음이란 참 아름다운 값어치이지만
실질적으로 실천에 옮기기란 매우 힘든 일이야
각자 저마다의 사정이 있는 세상 속에서
가장 거짓말 같은 이야기를 단번에 믿고
용감하게 앞으로 나아가기란 참 힘든 일이지
신뢰란 양날의 검을 가지고 있어서
믿는다고 해서 모든 것을 얻을 수는 없어
믿음 그 자체가 방해물이 되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면
역시 아무것도 얻을 수가 없어
결국 나는 내가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 자체를 상실하고 말았다는
지독하게 슬픈 사실을 알 수 있었지
믿음을 잃어버린 나는
왜 그토록 너를 그리워하는지 알지 못해
나는 그토록 너를 그리워하면서도
도저히 너를 믿을 수가 없어.
내 곁에 머물지 않는 그리움을 바라보면서
끝없이 눈물을 흘리면서도
나는 결국 그리움을 사랑하지는 않고 있어
그러면 안 되는 것을 너무나 잘 알면서도
나는 매번,
그리움을 나에게 가장 중요한 그 무엇으로 결정하는 일을
망설이고 있어
바보같이 말이야
그것은 어쩌면 믿음의 부재,
혹은 용기와 지혜의 부재,
혹은 양쪽 모두.
그리움은 나 아닌 너야
함께 하고 싶은 너야
언제고 단 한번 만이라도 그리움아
너 역시도 나를 사랑했었노라고 이야기 해 줄 수는 없겠니?
희극적인 짝사랑조차도 너무나 소중해 버릴 수 없는 나를 위해
단 한 번만이라도 눈물을 흘려줄 수는 없겠니?
그래 너는 내가 흘린 한 조각의 눈물
단지 빛나는 보석에 불과한 것을
보석이 무슨 수로 눈물을 흘릴 것이며
어찌 입을 열어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필요에 의해 눈물을 흘린다고 나는 말했어.
가슴이 차가운 궤변론자들이
거짓과 기만으로 이루어진
악어의 눈물을 흘리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야,
그것은 필요에 의한 눈물이야
눈물이 필요해지는 어떤 순간이 있어,
그 순간에 그 눈물을 스스로 흘리지 않는다면
나는 상관없지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고통을 받게 돼
고통을 없애기 위해
눈물이 필요해지는 순간이란 것이 세상에 있고
나는 그 순간에 언제나 필요에 의해서 눈물을 흘려왔어
그러나
나의 고통에 의해서
누군가가 눈물을 흘려줄 필요가 생길 때
그 어느 누구 한 사람도
나를 위해 스스로 눈물을 흘려주지 않았어.
이 필요에 의한 눈물 이라는 것은
스스로가 흘리지 않는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어,
타인이 대신해서 눈물을 흘려준다면
그것은 또 다른 이름의 기만이 될 뿐이야
또 다른 이름의 고통이 생성 될 뿐이라고
눈물을 흘려야 하는 순간에
스스로가 그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면
내가 아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고통 받게 돼
누군가가 나를 위해 눈물을 흘려야만 할 때
그 사람 말고 내가 눈물을 흘리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나는 그 사람으로 인하여 고통을 받게 되는 거야.
나는 내가 사랑하는 많은 이들을 위해
스스로 이 필요에 의한 눈물들을 흘려왔어.
그러나 그 어느 누구도
나를 위해서 스스로 눈물을 흘려준 사람은 없었어.
어떤 끔찍한 고통이나 거대한 슬픔을 감내해주기를 바랐던 적은 절대로 없어
전설속의 인어공주처럼 마녀에게 목소리를 잃어버린 채
춤사위로만 이야기하기를 바랐던 적 절대로 없다고
내가 원하는 것은 바로 인어공주가 잃어버린 그 목소리에 가까운 그런 것이야
내가 알고 있는 그 여신이 그녀에게 바로 이 목소리를 주어야만해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그들이 잃어버린 목소리를 주어야만 해
그것이 바로 내가 여신에게 바라는 필요에 의한 한 방울의 눈물이야
나는 이 끔찍한 침묵이 깨어지기만을 언제나 간절히 바라왔지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어.
그들은 나에게 빼앗아 보라고 이야기 할 뿐이지
물론 세상에는
빼앗을 수 있는 어떤 값어치들이 참 많아
그런데
이 가슴이 필요로 하는 눈물이란 것은
내가 타인에게서 빼앗을 경우
그 의미가 없어져
이 필요에 의한 눈물이
마치 인어공주의 물거품처럼 사라져 버리고
그 자리에 미움과 투쟁만이 남게 돼
싸우고, 믿고,
싸우고, 믿고,
의심하고, 눈물 흘리고, 또 믿고
의심하고, 싸우고, 눈물 흘리고, 또 믿고,
라비린토스보다도 더 복잡한 세상이라는 미궁
만화경속의 몽환적인 색종이들 같은,
봄날 산들 바람에 어지러이 흩날리는 한 장의 벚꽃 잎 같은,
민들레가 봄날의 끝에서 허공을 향해 흩날리면
스스로 세상이라는 공간을 유영하는 털 달린 홀씨들 같은,
사람이라는 이름의 신의 감정의 부스러기들 틈바구니에서
신이 가지고 놀다가 내다버린 부스러기들의 틈바구니에서
나도 그녀가 가지고 놀다 내다버린 부스러기중의 하나가 되어서,
바보같이 신에게 한탄을 해 보았어
나는 테세우스인걸까?
아니면 미노타우로스인걸까?
어차피 아리아드네는 주신(酒神) 바커스가
자기 마누라로 데려가는 이야기라서 상관이 없으려나?
멍청하게 숲에서 잠자다가 아리아드네를 버려두고 떠나가는 테세우스 말고
아버지에게 흰 돛을 달고 돌아오겠다고 약속 해 놓고
검은 돛을 달고 되돌아와 아버지를 죽인 테세우스 말고
히폴리타에게 아마존을 배신하고 왕비가 되어줄 것을 요구 했다가
히폴리타를 아마존 여인들에게 죽도록 내버려 두는 테세우스 말고,
일생 자체가 구역질나는 사건으로 점철되어있는 테세우스 말고!
차라리 내가 미노타우로스였으면 좋겠어,
아무 생각 없는 괴물 미노타우로스였으면 좋겠어,
그러면 어떤 멍청이 하나가 내 목을 따주고 갈 것 같아서 말이지,
어차피 나도 미궁에 갇혀 있기는 매한가지잖아?
안 그래?
신이 인간을 장기 말 삼아 세상에 미궁을 만들어 놓고
그 미궁 안에 어떤 멍청이 하나를 가두어 두고
그 멍청이에게 신이 주는 것만을 받아먹도록 만들어 놓고
그나마도 다른 사람의 희생이 필요한 일이 맞으면
확실히 나는 미노타우로스가 맞는 것이라고 생각해
신이 가지고 놀다 버린 감정의 부스러기 신세로
나는 오랜 기간을 억지로 살아야 했어
그렇게,
이성과 감정이
모두 길을 잃고 표류하기를 몇 년
결국,
나는 믿음을 완전히 잃어버렸어.
그 무엇도 믿을 수가 없는 나는 이 사막을 벗어날 수가 없다는 말이야!
거짓과 기만으로 가득 찬 꿈꾸는 텔레비전의 너머로
일방적으로 서로를 시청하는 만화경 같은 세상 속으로
나는 결코 되돌아가고 싶지 않아
눈물 흘리지 않는 너를
나는 사랑하지 않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움아,
나는 너 없이는 단 한 순간도 울 수 없어
나는 너 없이는 단 한 방울의 눈물도 흘릴 수가 없어
내가 너 없이도 슬픔을 느낄 수 있는 날이 과연 찾아올 수 있을까?
믿음 이전에 생각해야 할 것이 두 가지가 있지 않을까?
내가 너에게 바라는 것은 바로 그 둘 중의 하나에 대한 대답이야
나는 그 대답을 오랜 세월 동안 너에게 헌납해왔고
내가 왜 너를 위해
네가 고통 받을 것을 두려워하며
내가 고통 받기를 감내하고 필요에 의한 눈물을 흘리는지
한 번 만 생각해 주길 바라
그건 절대로 내가 너를 믿어서가 아니야
전혀 다른 별개의 이유야
오로지 그것만이 유일한 생의 의미일 거라고
나는 믿어 의심치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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