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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바위 사막

순수와 동경(Pure and thirst)

순수와 동경(Pure and thirst)

슬픔의 바위 사막 제 8(Rock desert of sorrow part. 8)

 

 

도시에는 점점 많은 사람들이 찾아 들었어

그들은 서로를 믿으며 얼어붙은 태양의 횡포와

눈물 흘리지 못하는 자들의 폭력에 맞서 싸웠어

하지만 도시가 너무 커진 탓일까

어느덧 도시 내부에서도 다툼이 벌어지기 시작 했어

눈물 흘리지 않는 자들이 도시로 들어온 거야

 

많은 물건들을 도난당했어.

누군가 나서서 도시를 통치하고 구체적인 대응책을 세워야 했지

하지만 그 어느 누구도 그런 어려운 중임을 선뜻 떠맡으려 하지 않았어.

대신 그들은 손쉬운 방법을 선택 했지

 

마치 마녀사냥을 하듯이 아무나 표적을 삼아 몰아붙이기 시작한 거야

사람들에게 억지로 눈물을 강요하여 누구의 편인지를 가리려 하였지

간단하지만 효과적인 대응책이랄까

눈물 흘리지 못하는 자들을 찾아내기에 부족함은 없었어.

하지만 완벽하지는 않았어.

사람들은 도시의 문을 닫아걸고

더 이상 인원을 수용하지 않는 문제에 대해서

고심하고 열띤 토론을 벌였지만 결론은 나지 않았어.

비열한 세계의 신은 바로 그 틈을 노렸던 거야.

 

혼란스러운 도시의 분위기를 뒤로하고

나는 여느 날과 다름없이 진귀한 눈물들을 찾아 탐험을 나섰어.

거대한 바위들의 사막이 끝없이 펼쳐진 어느 별이 빛나는 밤

나는 순수의 눈물과 동경의 눈물을 찾아내었어.

티 없이 맑은 순수함을 가진 누군가가 흘린 그 눈물은

누군가를 간절히 동경하는 마음을 가득 품고 영롱하게 빛나고 있었어.

 

이것으로 장신구를 만들어야겠어.

분명히 아름다운 것들이 탄생할거야!

나는 너무나 기쁜 나머지 나도 모르게 눈물 한 방울을 흘렸어

나는 그 기쁨의 눈물을 조심스레 주워들어 바라보다가

그것으로 오밀조밀한 체인을 만들기로 마음먹었어.

아기자기한 체인 가닥에 작은 나뭇잎사귀들을 새겨 넣으면

그런다면 정말 아름답게 빛나게 될 거야

 

즐거운 상상을 하며 집에 돌아온 나는

누군가가 내 그리움을 들고 있는 것을 보았어.

나는 그자가 눈물을 흘리지 못하는 자들 중 하나라는 것을 직감했지

나는 분노의 망치를 거세게 부여잡고 적을 향해 휘둘렀어.

나는 정말로 몰랐어.

그자가 나의 분노를 향해

내 그리움을 내던져버리고 도망칠 거라는 것을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

모든 것이 나의 우주를 관통하는 것만 같았던 찰나의 순간

그리움은 분노에 부딪혀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어.

나는 그렇게 허무하게 부서져버린

조각조각 허공으로 비산하는 별자리들의 파편을

완전히 넋이 나간 얼굴로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어.

 

인지의 모든 사고활동을 박탈당한 그 시간에

그자는 어디론가 도망가 버렸고

발치에는 부서진 별과 성좌의 파편들이 흩어져 있었지

 

나는 울었어.

하지만 목이 메여 꺽꺽 거리는 와중에도 눈물은 흐르지 않았어.

아무리 눈물을 흘리려 해도 그것은 결코 나의 몸 밖으로 배출되지 않았어.

배설의 탈출구를 도저히 찾을 수 없이, 완벽하게 억눌려버린 깊은 슬픔

나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마침내 쓰려져야만 했어

나는 땅바닥을 구르며 고통에 신음하며 괴로워해야만 했어

 

얼마나 오랜 시간동안을 바닥에서 뒹굴었을까?

더 이상 괴로운 신음 소리조차도 토해내기 어려운 어느 시점에

나는 마치 무엇엔가 홀려버린 사람처럼

나 자신의 의지라고 보기 힘든 어떠한 의지의 개입으로

별안간 벌떡 일어나 멍하니 서 있었어,

 

넋을 잃고 있는 동안

굉장히 많은 무엇인가가 나에 의해서 부서졌거나

부서진 척만을 했어

그동안 실제로 부서진 것은 바로 나 자신 이었지

나의 마음 한 구석의 아주 작은 것들로부터

실제적인 삶의 유의미한 모든 것들이 말이야

물론 실제로 부순 것들도 많지만

대부분 보잘 것 없는 것들이거나

실제의 무언가가 아닌 무형의 마음들이 부서져 내렸지

 

정신을 차려보니 순수와 동경을 다시 손에 들고 있었어.

그리고 타오르는 소망의 불꽃 속에

기쁨과 순수와 동경을 거칠게 집어던졌어

광기에 가까운 감정 속에서 열정의 풀무를 움직였던 것 같아

내 주변에 유일하게 차갑게 식어있는 인내의 모루 위에

타오르는 슬픔들을 올려놓고 거세게 망치질을 했어

어떤 생각으로 만들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시간동안

나는 순수와 동경을 귀걸이로 만들었어.

기쁨은 내 몸을 휘어 감기에 충분한 사슬이 되었지

 

마침내 순수와 동경을 양 귓불에 피를 튀기며 쑤셔 박고

거대한 구속의 사슬이 되어버린 기쁨으로 나를 묶어버리자

그 모든 아름다운 추억들로 철저하게 구속되어버린

피그말리온의 상아조각상 같은 보석의 입가에서

그제야 비로소 토해내듯 울음이 비어져 나온 거야

나는 선채로 그대로 눈물이 되었던 것 같아

 

내 기억에는 분명히 나 자신이 통째로 보석이 되어

눈물 없는 울음을 계속해서 입으로 토해내었던 것 같아

오롯이 소리로만 울음을 토해내는 보석이 되었던 것 같아.

 

내 발치에는

빛나던 그리움의 파편들이 흩어져 있었고

하늘에서는 먹장구름들이 몰려오기 시작 했어.

구름들이 얼어붙은 태양을 완전히 가리자

끝없는 비가 내려 보석의 어깨를 적셨던 것 같아.

진흙탕 사이로 그리움의 파편들이 잠식되어가고 있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