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끼(Bedtime drinking-water)
슬픔의 바위사막 외전 제 8편(Abduction of the “Rock desert of sorrow” part. 8)
어두운 새벽녘 잠에서 깨어
머리맡 자리끼를 더듬는 손길처럼
다급한 듯 서투르고
어미젖을 찾는 동물의 새끼와도 같은
목마름에서 비롯된 것이 분명한
순수한 간절함
무엇을 베풀어야 하는지도 모르는 채
무엇을 지불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채
그저 원하는 것 하나밖에 모르는 채
잠결의 손 움직임만큼 짧았던 사내의 청춘에
어둠속에서 더듬는 이부자리 같은 너를
기나긴 꿈의 한 소절에서
전설속의 미로 안에서 내뻗는
그림자를 따라 미끄러지는
거친 손아귀의 꿈틀거림으로
더듬고 들추어내고 이리 만지고 또
저리 만져대었다.
그가 원하던 자리끼가 그곳에 없음에 대하여
젖을 물지 못한 갓난아기마냥 칭얼대어 볼까?
술에 절어 사는 고주망태가 되어
이 물건 부수고 저 탁자를 뒤집고
한 밤의 창문을 깨어 파편을 비산 시키며
미친 듯이 화를 내어 볼까?
어두운 한 밤에, 비추는 등불조차 없이
희미한 한조각의 이성마저도 꿈속에 두고 온 채로
그저 목이 타고 있는 것만을 인지할 수밖에 없는
단 한가지의 행동만이 삶의 목표가 되는 순간
어떤 심원한 지혜의 도움이나
우주적인 방대한 지식의 도움 없이
진실의 끝자락에 한 발을 걸친 채
사내는 인생이라는 미로를 걸어간다.
해수병(咳嗽病) 걸린 할아버지의 가래
거친 기침을 달래 줄 한모금의 물
찾다가 없으면 이내 포기하고
다시 이불 속에서 잠들어버릴 만큼
절실함 보다 더 큰 수마의 유혹
어쩌면 해가 뜨지 않은 어두운 밤이라서 그랬을까?
순수했던 삶의 목표는
아침 해가 떠오름과 동시에
간밤의 꿈과 함께 세상의 저 너머로 사라져가고
갈증이란
세상과 타협하고 줄다리기 하는 인과의 여로 속에서
여러 가지 생각과 이념과 가치와 판단의 갈피 사이로
잠깐 내 앞을 스쳐지나가는
늦봄의 낙화(落花)와 함께
어지러이 휘날리는 한 장의 꽃잎 같은 것
그까짓 한 잔의 물쯤이야
언제든 마실 수 있지 않나?
꼭 그 새벽녘의 이부자리에서
반드시 그 순간에만 마셔야 한다는
세상 그 누가 정한 법이라도 있는가?
허나
고작 수마에 굴복해 버릴 나약함일지언정
그때의 의지라는 것을
결코 우습게 여겨서는 안 되는 것이다.
사내가 꿈과 함께 지평선 너머로 넘겨버린
그 한밤의 기억들이야 말로
해가 뜬 한낮이라는
또 다른 꿈속의 우리들에게
진실로 필요한 자리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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