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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바위 사막

진창(Slough)

진창(Slough)

슬픔의 바위 사막 제 9(Rock desert of sorrow part. 9)

 

 

거대한 바위들의 도시 한 가운데

오롯이 소리로 울음을 토해내는 사람형상의 보석이 하나 있어

그 발치에는 진흙탕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은하계의 파편들이 흩어졌지

산산이 부셔져 버린 그리움의 파편들,

하늘에서는

끝도 없이 비가 내려

 

눈물을 흘리지 못하는 자들이 한데 뭉쳐서

본격적으로 도시를 약탈하려 하자,

사람들은 도시를 지키기 위해

대장장이가 사용하던 마법의 무구(武具)들을 사용하기로 했어

하지만 사람들의 마음은 대장장이의 그것만큼 강인하지 못했어.

점차로 분노에 물들어가고

절망에 잠식되고

서로를 증오하며

공포에 질려 질식해버릴 것처럼 되고 말았지.

 

모든 싸움은 혀로 시작해서 혀로 끝나고

실체의 피를 흘리는 사건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고

눈물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쓸모없는 돌멩이가 되어서

그 돌멩이로 서로의 머리통을 두드리거나

이빨을 깨부수거나

눈을 찍어 눈동자를 파괴하는데 쓰이게 되었지

부드러운 침을 흘리는 세치 혀를 창처럼 사용하여

서로의 밑에서부터 심장까지 가리지 않고 찔러대기 시작하고

언어는 가장 쓸모없는 의미전달자가 되어

언외언(言外言)문답과 밑도 끝도 없는 선문답들

미친놈 헛짓거리에 지나지 않는 재스츄어들로 모든 대화가 이루어져

빗방울들은 아무런 의미 없이

눈물로 이루어진 돌멩이들 틈바구니로 스며들고

 

눈물을 빻아 만들어야 했던 소중한 밭은

완전히 진창이 되어 아무런 작물도 자랄 수 없게 되었어.

거대한 바위들의 사막은

마치 기갈에 걸린 태고의 거대한 야수처럼

한 서린 빗물과 핏물을 끝없이 들이마셨어

 

꺼지지 않는 소망의 화덕 주변으로

살아남은 사람들이 모여 들었어

바야흐로 거대한 진창으로 변해버린 세상에

진흙탕만큼이나 지저분한 이유로 서로 싸워야 하는 전쟁터의 한가운데서

사람들은 열정의 풀무를 쉴 새 없이 움직이며 소망을 불태워야만 했어

살아남기 위해서

 

그리움의 파편들이 점차 진흙탕 속으로 사라져가는 가운데

대장장이의 보석이 토해놓는 울음소리에 모두들 서서히 미쳐가고 있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