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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바위 사막

운명이 항상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 중편 中篇(Fate is always passed questions at us. the second volume)

운명이 항상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 중편 中篇(Fate is always passed questions at us. the second volume)

슬픔의 바위 사막 제 19(Rock desert of sorrow part. 19)

 

 

서로의 체스 시계 버튼을 누르는 소리

각자 서로의 모래시계를 떨어뜨리고

심리적으로 압박을 가해오지

각자 서로에게 주어진 한계 시간 안에

상대를 이겨야 하기 때문이야

주어진 시간을 먼저 소모해버리게 되면

그것은 바로 패배

 

터치&무브, 손댄 기물은 반드시 움직여야해

신중하게 기물을 고르고

신속하게 기물을 옮기고

재빠르게 체스시계의 버튼을 넘겨서

상대의 모래시계를 갉아 먹는다

 

흑의 기물 위치

c7

나이트 c6

나이트 g6

e6, f6, d5

중략...

백의 기물 위치

e5, d4, c3

나이트 f3

중략...

 

f takes e5

d takes e5

Knight c takes e5

Kinght takes e5

Kinght takes e5

중략 ...

 

낭랑한 목소리

시간이 두 선수의 기보를 기록하며

엄숙하게 매 수를 선언하고 있어

우주가 열린 이래 단 한 번도 뒤집힌 적 없는

이상한 모래시계의 선언이 매순간 반복되고 있어.

 

치열하게 물고 물리는 난타전

서로 가진 기물 전부를 아끼지 않고 쏟아 부어 총력전을 벌이고 있어

계략을 꾸미고 함정을 파고

때로는 정공법으로 때로는 우회 공격으로

그러나 공격하는 그 마지막 순간에 항상 주의해야 하는 것은

바로 스테일메이트

 

다이긴 싸움 무위로 돌려버리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지

가장 치열한 투쟁의 본질

그것은 승리를 위한 것

 

명예도 도덕도 규칙도 기물도

운명도 마녀도 그 순간만큼은

오로지 승리를 위하여 존재 한다.

 

그러나

설혹 스스로가 패배 했을지라도

결코 승부에 불복해서는 않되는

가장 무서운 단 한판의 승부

모든 것이 걸려 있는 단 한 번의 승부

 

치열하고 처절한 승부의 끝에

백은 킹과 폰 비숍이 남았고

흑은 킹과 폰만이 남았지

승리의 열쇠는 프로모션

기나긴 투쟁의 끝에 기어코 반대편 운명의 벽과 마주한

가장 하찮은 기물 폰의 눈부신 변화

운명의 벽과 마주한 폰은

그 순간 무엇으로든 변화 할 수 있어

퀸이 될 수도 있고

비숍이 될 수도 있고

룩이 될 수도 있고

나이트가 될 수도 있지

체스라고 하는 작은 규칙

우주에 빗댈 수 있는 그 규칙 안에서

그 규칙이 허락하는 모든 것이 될 수 있어.

 

킹은 오로지 처음 주어지는 단 하나뿐

그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단 하나의 생명과도 같은 것

누구에게나 목숨은 하나야

그러니 폰은 결코 킹이 될 수는 없어

그렇지만

우주가 허락하고 우주가 품고 있는 그 모든 것들 중

무엇이 되어도 이상하지 않아

 

백측

운명의 기물

비숍이 d5

폰이 f5

킹이 e2 에 있어

 

흑측

마녀의 기물

폰이 g7 h2 에 각 하나씩

킹이 g1에 도달 했어.

 

우측 하단부 첫 번째 랭크의 일곱 번째 파일에 흑의 킹이 있고

두 번째 랭크에 가장 오른쪽 파일에 흑의 폰이 프로모션진행 직전에 있어

흑의 폰 하나가 우측 상단부에 아직 출발하지 못한 상태야

백의 킹이 두 번째 랭크 다섯 번째 파일에 있지

백의 폰과 비숍이 중앙부에 각각 좌우에 있어.

 

이미 운명의 벽과 마주한 킹

그리고 운명의 벽을 마주하기 직전의 폰

그것은 마치 경각에 달한 누군가의 목숨과 같은 모습

초월적인 의지

온전한 의미의 연속성에 이미 한발 걸쳐놓은

구체성과 배타성의 현실과

그 섬과 같은 디지털들이 떠있는

그 디지털들이 태어난 고향

그 불연속적인 객체들을 포용하는

온전한 의미의 연속성!

어머니의 바다에게로 회귀하려는 격렬한 몸부림, 움직임!

 

백의 비숍이 d5 에서 h1으로

중앙에서 대각선으로 이동하여

가장 우측 파일 첫 번째 랭크로 움직였어

흑의 폰과 킹 사이를 가로막으며

흑폰의 진행방향을 가로 막았어.

운명의 한 수

흑의 프로모션을 방해하는

그리고 킹의 움직임을 유도하는

비장의 희생 수

흑의 킹이 h1 으로 이동하며 비숍을 잡았어

이제 흑폰은 흑의 킹에게 진로를 가로막혀 움직일 수 없어

 

 

백의 킹의 신중한 한 수

e2 에서 f2

5번째 파일에서 여섯 번째 파일로 자리를 옮겼어

킹의 자살수 금지를 이용하여

흑의 킹이 움직일 진로를 차단하려는 의도야

이제 흑의 킹은 어디로 움직여도 백의 킹의 체크를 피할 수 없어

하지만 체크를 당한 것은 아니야

스테일메이트도 아니지

아직 움직일 수 있는 다른 기물들이 있으니까

또 한 가지

마주 오는 흑폰을 백폰으로 양파상으로 잡기 보다는

킹의 움직임으로 잡으려는 의도 그럼으로써

자연스럽게 상대를 공격할 준비를 해

 

지금까지 우측 일곱 번째 랭크에서 움직이지 않았던

일곱 번째 파일의 흑폰 하나가 최초의 출발을 했어

마녀의 흑폰이 g7에서 g5

두 칸을 전진 할 수 있는 폰의 첫 번째 전진

이 첫 번째 전진에 주의할 점은 마주 오는 상대편 폰이

두 칸을 전진하려는 폰을 양파상으로 잡을 수 있다는 것

여섯 번째 파일에 있던 백폰의 움직임에 걸리는거야

원래 한 칸밖에 움직일 수 없는 폰

마주 오는 폰이 있는 경우 그 폰을 피할 수 없고

한 칸을 움직인 것으로 간주되어 상대 폰 에게 잡히게 되는 규칙이야

폰과 폰은

결코 서로의 투쟁을

서로의 운명을 회피할 수 없어

 

그러나

마주오는 백폰

양파상을 쓰지 않았어

마녀가 걸어온 흑폰의 투쟁 신청

받아들이지 않았어

지나치는 흑폰을 무시하고 한 칸을 전진하는 운명의 백폰

f5 에서 f6

흑폰은 g5 에서 g4

다시 백폰은 f6에서 f7으로

서로 각각 따로 움직이는 폰들

운명의 벽과 마주하기 직전

흑폰은 g4에서 g3

우측 하단부 구석에서

f2에서 기다리던 킹이 흑폰을 처리했지

백의 킹은 이제 g3

우측 세 번째 랭크야

 

비로소 자살 수 금지에서 풀려난 흑의 킹이 h1 에서 g1 으로 움직였어

좌측으로 한 칸을 움직인 거야

이제 서야 비로소 h2 의 흑폰을 프로모션 할 수 있게 되었지

f파일의 흑폰은 이것을 위한 희생양

이제 단 하나 남은 마녀의 폰

 

그러나

백폰이 먼저 f8 에 도달 하며

가장 아름다운 퀸으로 프로모션을 진행 했어

마녀에게 대적하는 운명의 퀸

마녀는 h2의 흑폰을

마침내 전진시켜서

h1 그가 도달할 수 있는 궁극의 벽

그가 존재하는 우주라는 어항의 벽

물을 떠나 살 수 없는 금붕어가 마주한

투명한 어항의 벽으로 옮겨 놓았어.

마녀는 그를

그로 하여금

스스로 어항의 벽을 깨고

스스로를 물 밖으로 추방하여

물속에서밖에 살 수 없는 그를

다른 존재로 변화시키려고 했어

늠름한 나이트로 프로모션 하려 했지

b3에 위치한 운명의 킹을 노릴 수 있는

그런 강력한 나이트로

 

그 순간

운명이 마녀에게 속삭였어

그가 살고 있던 세상의 철길 위에서

양쪽으로 한 줄씩 선로가 깔려있을 뿐인

그 단순한 미로 속에서 8년을 맴돌 수밖에 없었던

바로 그 속삭임

 

이 멍청아

내 강력한 퀸을 생각 해봐

고작 그따위 나이트로 나를 한번 위협하고 나서 그 이후에는

그 이후에는 어쩔 생각이지?

내 퀸은 강력해 아름답지

슬픔의 바위 사막

백택(白澤 báizé) 이 살던 도시

네가 백택을 찾아낼 때까지

셀레네와 헬리오스를 따라 여행하며 지나쳐온 수많은 도시

그리움의 주인공이 그 연인과 함께 살던 도시

모두다 너희들의 심상의 세계

너희들 각자의 감정과 사고와 고정관념이 머물러 있는

그 마음이라는 보이지 않는 벽이 만들어낸 객체들이 군집된 공간들

마치 온전한 연속성, 어머니의 바다의 그 고요를

견디지 못하고 뛰쳐나온 너희들 자신처럼

 

너와 나, 여기부터 저기까지, 언제부터 언제까지

경계를 나누고 서로를 배척하여 라고 하는

세상에서 가장 배타적인 객체를 구축한 너희들 자신과 같이

그 모습 그대로

그 배타성과 고집이 만들어낸 너희들의 심상의 세계에

너희들의 현실이 갇혀 있지

 

마치 네가 그 심상의 세계들을 자유롭게 초월했듯이

마치 네가 그 사고의 벽을 거침없이 허물어 냈듯이

마치 네가 너와 나라고 하는 이 우주보다도 더욱 멀고 먼 그 공간을

눈부시게 도약하여 마침내 그와 그녀를 만나게 한 것처럼

 

내 퀸은 너보다 더 아름다운 모습으로

너보다 더 자유롭게 움직이며

너를 위협할 수 있는데

 

고작 그따위 나이트로 무엇을 할 거지?

퀸을 만들어!

너 자신을 퀸으로 변화 시켜!

그의 곁으로 가!

그의 곁에 함께 서서 나와 마주해봐!

나를 뛰어넘어보라는 말이다!

그러고 싶어서 지금 이 순간 나와 대적하고 있는 거잖아?“

 

그것은 마녀가 결코 회피할 수 없는 운명의 질문

결코 거짓으로 대답할 수 없는 단 하나의 질문

진정으로 소중한 가치 앞에서 이 세상 모든 것들이

한낱 허깨비로 변해 사라져 버리는 사랑의 본질

마약보다도 더 강렬한 삶의 어떤 지점 어떤 순간의 유혹

 

마녀는 마치 무엇에 홀린 사람처럼

자신의 폰을 퀸으로 프로모션 했어

 

기다렸다는 듯이

운명의 퀸이 f8로부터 f2까지

단숨에 날아와 내려 꽂혔지

마치 하늘에서 벼락이 내려 꽂히는 것처럼

 

체크메이트

흑의 킹은 f1으로도 g2로도 움직일 수 없어

첫 번째 랭크 일곱 번째 파일에서

여덟 번째 파일에 있는 자신의 퀸에게 진로를 가로막혀

전혀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되었지

어디로 움직여도 모두 백의 퀸의 공격권

운명의 퀸을 잡을 수도 없어

킹이 f2로 움직이면

g3에 위치한 백의 킹의 체크를 결코 피할 수 없어

그것은 자살 수

금지되어있는 규칙

 

마녀의 퀸은

그 쓸모없는 킹에게 가로막혀

운명의 퀸을 공격할 모든 진로가

완벽하게 차단되어있는 한심한 상태

허탈한 마녀가

자신의 킹을 채 쓰러트리기 전에

야만스럽고 잔인한 운명

비열한 세계의 신이 그녀의 킹을 쓰러뜨리며 선언했다.

 

내 승리다 어리석은 여인이여

 

마녀는 마침내 분노가 폭발하고 말았어.

마녀는 경기를 치루는 동안 보았어

 

운명이

비열한 세계의 신이

그가 가장 소중하게 여긴 가치를 미끼로

그에게 어떤 행위들을 해왔는지 모두 보았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 자신에게 같은 질문이 건네어진 그 순간에

마치 그와 같이 바보처럼 움직여버린 자신의 모습에 대한 분노

오직 자신만이 쓰러뜨릴 수 있는 킹을

야만스럽게 쓰러뜨리며 이죽거리는 유치한 도발에

그만 넘어가 버리고 말았지

 

나는 아직 포기 하지 않았어요!”

 

승부에 대한 불복

자신의 가치를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오기

그러나 여인이여

당신의 오기와 치기는 어떻게 그토록 이나 아름다울 수 있는가

 

운명이 잔인하게 말 했어.

 

포기하지 않으면

그러면 어쩔 거지?

네 능력으로 보석이 되어버린 대장장이의 굳은 결심을 되돌릴 수 있나?

그가 갇혀있는 스스로의 심상의 세계 속에서 그는 과연 얼마나 더 살아갈 수 있을까?

내 눈에는 그의 남은 수명이 보인다.

너는 그를 위해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지?

그를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할 준비가 되어있나?“

 

그래요! 나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어요!”

 

어리석지만 아름다운 대답

운명이 잔인하게 웃으며 대답 했어

 

너에게 슬픔의 바위 사막을 알려준 그 다섯 번 째 마녀의 생명을

네 손으로 끊어봐라 그러면 그를 되돌려주지

 

말문이 막혀버린 마녀

 

나는... 나는...”

 

여전히 잔인하게 웃는 운명

 

그건 조금 어렵나?

그럼 이건 어떨까

네 손으로 무언가를 죽일 필요는 없어

그건 내가 하지

너는 선택만 하라고

네가 살고 있던 마녀의 숲을 없애버릴 거야

그 대가로 그를 되돌려주지 어때?

너는 마녀의 숲과 그 둘 중에 무엇을 선택할거지?

너는 둘 중에 하나밖에 선택할 수 없어

이건 좀 쉽나?"

 

놀림 받은 사실을 깨달은 마녀는 발악하듯이 외쳤어

 

그래요! 나는 그를 선택하겠어요!

당신이 무어라고 이야기하건 어떤 조건을 내걸건

나는 절대로 그를 포기하지 않을 거에요!“

 

나직하게 웃는 운명

 

그가 네 외모가 별로라며 네 사랑을 거부하면 그땐 어쩔 거지?”

 

다시 말문이 막혀버린 마녀를 인자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운명은 마치 손녀에게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는 할아버지 같은 목소리로

부드럽게 이야기를 이어 갔어

 

어쩌면 그는 너의 사랑을 받아들였다가도

금세 다른 여자에게 한눈을 팔수도 있어

그가 너의 사랑보다는 너의 육체나 재물 혹은 능력에 관심을 가지고

너의 이용가치가 떨어지는 순간 너를 버릴 수도 있지

아니면

그가 끝끝내 그리움의 주인공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않고

너의 사랑을 영원히 외면할 수도 있어

네가 그와 다른 사람의 생명 가운데에서

그를 선택하고 그를 구해준 그 순간에

정작 그가 너를 선택하지 않고,

너 아닌 다른 사람을 선택 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야

너의 사랑이 영원히 보상받지 못할 수도 있어

그 정도면 다행이게

그를 사랑했다는 이유만으로

너 자신과 너를 사랑한 다른 사람들의 인생까지도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어

네가 나의 첫 번째 질문에 성실히 대답해서

다섯 번째 마녀를 네 손으로 죽였다고 해서

내가 너와의 약속을 현실로 이행해줄 거라는 보장 역시 없지

사랑이라는 건 이렇게 어리석은 거야

손해 보는 행위고 바보짓이지

 

너희들과 나는 어머니의 바다에서부터 태어났다

어머니의 바다는 여전히 세상을 떠받치는 기둥

너와 나, 여기부터 저기까지, 언제부터 언제까지 라는

명확한 한계를 가진 불연속적이고 배타적인 객체들이

하나의 공간 속에 더불어 존재할 수 있게 해주는 연결점

그 어떤 구분도, 그 어떤 경계도, 심지어 안과 밖의 구분조차도 없는

온전한 의미의 연속성

세상이라는 불연속은

그 객체들은

어머니의 바다에 기대어

그 바다위에 서로 무한대의 거리를 마주하며 떠있는 작은 섬들

 

너의 마법은 그 연속성에 가 닿은 너의 위대한 정신이

너희 객체들의 한계인 심상의 세계를 초월하는 그 힘을 원동력으로

어머니의 바다를 이용해 불연속과 불연속을 초월하여

연속성으로 연결된 불연속의 반대편의 현상을 현실에 구현시키는 기술

인과의 천칭의 눈금을 속이는 기술

인과를 재정립하는 기술

그러나 아이야

너의 마법으로도 어찌할 수 없는 것은

자유로이 심상의 세계를 초월할 수 있는 네 정신으로도 어찌할 수 없는 것은

여전히 그는 그이고 너는 너라고 하는 객체가 가지는 한계

그가 너의 삶을 대신 살아줄 수 없고 네가 그의 삶을 대신 살아줄 수 없는 우주적인 한계

너와 내가 그리고 그와 그녀가 본질적으로 서로를 배척하는 객체라는 본질의 한계

 

내가 장난처럼 너에게 내건 조건들은

얼마든지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

잔인한 악당들이 지금의 나처럼 야만스럽게 네 킹을 쓰러트릴 때

 

아이야

발악해봐야 소용없단다.

그래도 그를 사랑할 것이냐?"

 

마녀는 그제 서야 깨달은 잔혹한 현실에 눈물 흘리며 대답 했어.

 

나는 그래도 그를 사랑할겁니다

 

그가 너의 호의를 너의 희생을 견딜 수 없어

그 양심의 가책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이라도 해버리면 어쩌려고?“

 

단호한 마녀의 대답

 

나는 그래도 그를 사랑 할 겁니다.”

 

그 순간

온 우주가 통쾌하게 웃었다

전 우주가 우리의 선택의 순간을 위해

1초의 순간을 위해 움직여온

그 억겁의 세월 속에서

 

처음으로

전 우주가 웃었다

 

모든 본질들이

태초 이래 최초로 기쁨과 환희의 1초의 순간을 맞이했다

 

바로 그것이다!

바로 그것이 전부다!

바로 그것만이 내가 너희들에게 영겁의 세월동안 던지는 질문!

 

좋으냐?

싫으냐?

얼마나 좋으냐?

무엇보다도 좋으냐?

언제까지 좋으냐?

어떻게 해도 좋으냐?

끝끝내 네 삶이 끝나는 그 순간까지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냐?

 

너희들이 살면서 쟁취하고 상실하는 그 모든 것들에게

진실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단 1초의 순간

진실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유일한 질문!

 

마녀야

네가 살아가면서 무엇을 쟁취하던

혹은 실패하던

비겁한 선택이던 어리석은 선택이던

모두 다 긍정된 사건들

긍정된 우연가운데 하나일 뿐

하늘로 던져진 주사위가 1부터 6까지 어떤 숫자를 내놓는다 해도

그것은 하늘로 던져진 그 순간에 이미 긍정된 우연 중 하나일 뿐

너 자신에게 패배자라는 꼬리표를 내걸고 실망할 이유 따윈 없다

괜찮다.

모든 것이 다 괜찮은 일이다.

일어나지 않은 미래를 걱정하며

절대 현재의 소중한 가치를 포기하지 말아라!

내일의 일은 내일 걱정해라!

 

마녀야

내 질문은 네 삶이 끝나는 그 순간까지 결코 멈추지 않는다.

네 삶이 끝나고 난 후

또 다른 객체가 자신을 라고 인식할 때

영겁의 세월동안 이어져 내려오는 라는 존재의 인식

이 우주에 라는 객체가 존재하는 한

내 질문은 결코 멈추지 않는다.

 

그러니 마녀야

네가 다른 에게

무슨 행동을 하던

그것은 결국 에게 하는 일이다.

부디 지금의 네 마음을

잃어버리지 말아다오 아이야

마녀와 운명이

소망의 화덕 안에서 불타오르는 보석을 바라보았어.

 

운명이 다시 말했지

 

온 세상 가득히 만연해 있는

나에 대한 그 수많은 편견의 벽에 기대어서

오직 나만의 공간에서

오직 나만이 느껴온 그 고독한 시간들

 

너는 마침내 모든 심상의 한계를 초월하여 나에게 도달하여

그 어떤 편견도 없이 나를 마주하여 나에게 이 우주에게

진실로 기쁜 단 1초의 순간을 선물해 주었다

 

태초 이래 처음으로

우주가 열린 이래 처음으로

너를 위해 모래시계를 뒤집는다.

그녀와 그녀의 연인과 대장장이를 서로 만나게 해주어라

너의 운명의 결말과 마주해 보거라 용감한 소녀여"

 

그 순간

 

전 우주의 모든 것이 융합 되었어

그리고

 

발가락 사이사이 백사장 모래알 촉촉하게 닿는 그 느낌처럼

낱알, 낱알 보드랍게 흩어져갔지

 

가까이 혹은 멀리

망망한 대해의 수평선과

발등에 속삭이는 파도의 흰 포말

가까이 혹은 멀리

 

*이 시의 체스 경기는 널리 알려진 체스경기

Authors comment : The chess game of this poem is well-known chess game

Advanced Chess Strategy 영상과

Chess puzzle pawn promotion 이라는 두 영상의 부분을 인용해

조합하여 스토리를 구성했음을 밝힙니다.

출처는 유투브입니다.

 

*이영도씨의 작품에서 나는 것 같은 냄새가 곳곳에 배어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군요.

독창적인 표현을 개발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편견의 벽에 기대어서 오직 나만이 느껴온 고독한 시간들 이라는 표현은

JK 김동욱씨의 제 1집 앨범에 수록된 EGO 라는 곡의 가사에서 빌려온 표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