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으로 만들어진 궁전으로 이르는
붉은 루비로 만들어진 길
Thomasflood.
2020年 6月 18日 作.
새하얗고 투명한 신비의 수정궁전으로 이어지는
오로지 피처럼 붉은 루비로만 만들어진 길이 있다.
그보다도 더 투명하고 아름답고 탐스러울 수가 없는
오로지 순수한 루비로만 이루어진 '피(血)' 처럼 붉은 길
그 궁전(宮殿)으로 이르는 길가에는
갖은 보석들과 형형색색의 꽃들과
아름다운 보화들과 고운 비단 천들과
금과 은이 수많은 예술품들과 함께
아름다운 집들과 크고 늠름한 성곽들로 둘러싸인
감로수가 흘러나오는 우물들이 가득한
드넓은 무화과와 포도나무의 과수원들 사이, 사이의
마치 낙원처럼 보이는 세상 속에 펼쳐진 유일한 올곧은 길이다.
그 낙원처럼 보이는 세상의 지평선 저 너머에
아주 거대한 수정의 궁전이 투명하고 신비스러운 빛을 내뿜으며 우뚝 서 있다.
다만 해가 지면 달빛이 없이는 그 모습을 볼 수가 없었다.
나는 그 낙원처럼 보이는 세상의 한 가운데에서
모든 보화들과 낙원 그 자체보다는
시리도록 투명한 붉은 혈액보다도 더 붉은 이 영롱한 루비들을
누가 왜 어떻게 가공하여서
이토록이나 올곧은 길을 굳이 수고스럽게 내었을 지를 생각 했다.
그리고 낙원처럼 보이는 어떤 세상 보다는,
지평선 너머에 있는 수정궁에 가고 싶다고 생각 했다.
루비로 만들어진 길은 그만큼 어딘가 신비로워 보였다.
그리고 나는 마침내 그 길을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길가의 양 옆으로
낙원처럼 보이는 세상 속에 거하는 모든 사람들이 일제히 나에게 말했다.
바보냐고
지금 당장 이곳 여기에
네가 먹을 것과
입을 옷과
거할 집과
걸음을 거닐 성곽과
함께 추억을 공유하고 삶을 나눌 사람들이 있는데
쓸 돈이 지천에 널려있고
모든 것이 풍족하며 아름답기 짝이 없는 이 낙원을 버려두고
왜 그 먼 길을 애써 굳이 가려 하느냐고
그 길을 가다가 하나뿐인 네 인생의 모든 시간을
허망하게 허비하게 된다고 할지라도 굳이 꼭 가야만 하겠느냐고
저 수정궁이 물론 아름다워 보이기야 하겠지만
수정이 어디 그 길을 이룬 벽돌 한 장 만큼의 가치가 있겠으며
이 낙원만큼의 가치는 더더욱 있을 것이며
하물며 네 인생 그 자체나
네가 맞이하게 될지도 모르는
네 인생의 하나뿐인 반려만큼의 가치가 있을 리가 있다고 생각을 하느냐고
그 길을 굳이 걸어가려하는 네가 그냥 바보인 거라고
그냥 여기 지금 있는 것을 그냥 쓰기만을 하여도
하나뿐인 네 인생의 값어치가 달라지는데
왜 굳이 이 낙원 같은 세상의 한 가운데에서
굳이 그 먼 길을 가려는 바보 같은 목적 하나로
그 모든 시간을 낭비하고 허비하려 하느냐고
....
해주고 싶은 말들은 제법 많았었다.
하지만 나는 가는 길이 바빴고
시간이 촉박하다고 생각했고
실제로도 수정궁은 너무나 멀리 있어서
길을 재촉하지 않으면 도착할 시간은 많이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물어오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았다.
그래서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그냥 계속 걸어가기만을 하고 있었다.
나는 그 길을 계속 걸어가야만 했었다.
마침내 사람들은 내게 싸움을 걸어서라도
내가 그 길을 가려는 것을 방해하려 하였고
결국 나는 화가 나서 외치게 되었다.
이 길과
이 낙원을 만들어낸 것이
진정 너희들이 맞느냐고
아무리 이곳에
너희가 만들지 아니한 과수원과 포도원과 감람나무가 있고
너희가 파지 아니한 우물들과
너희가 쌓아올리지 않은 성곽들이 아무리 그 자리에 있기로서니
길을 만들고 낙원을 만든 자의 의지를 거스르고
너희는 그저 쓰기만을 하려 하느냐고
나는 반드시 저 수정궁에 누군가와 함께 도달 하여야 만을 하는 사람인데
너희는 나에게 무엇을 하려 하느냐고
세상에 무한한 것이 무엇이 있기로서니
너희가 언제까지고 쓰기만을 하려 해서야
바닷물이라고 마르지가 않을 리가 있겠으며
산맥이라고 닳아서 그 형체가 사라지지 않고서야
배겨낼 도리가 있겠느냐고
나는 반드시 누군가와 함께 저 수정궁에 기필코 도달 하여야 만을 하는 사람이니
더 이상 나를 향해 무의미한 드잡이로 내 시간을 빼앗으려 하지 말라고
나는 그렇게 말해만 놓고는
그저 모든 것들을 그냥 그 자리에 놓아둔 채로
수정궁을 향하여 걸어가는 걸음을 다시 시작했다.
한 번뿐인 나의 인생이
허망하게 물거품처럼 스러지더라도 상관없는 일이라고
살아생전에 도달하지 못하더라도
나는 죽어도 반드시 이 피처럼 붉은 루비로 이루어진
아름다운 붉은 길 위에서만 죽음을 맞이하겠노라고
죽기 전에 도달하기만을 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 하다고
고집스럽게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이제야 하는 말이지만
나는 죽음 뒤의 구원을 결코 믿지 않는다.
심지어 구원은 반드시 내 심장이 살아서 뛰고 있는 그 시간 동안에만 존재하여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다.
왜냐 하면
'나'(我) 는
지금의 '나' 스스로가
사망(死亡)으로써 그 생(生)의 종식(終熄)을 맞이하기 이전(以前) 까지만을
비로소 '나' 라고 믿기 때문이다.
설혹 전생의 기억을 고스란히 다시 가지고 태어나더라도
전생의 누군가가 현생의 내가 될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
내 앞의 이 길은 분명히 수정보다도 더 귀한 루비로 이루어진 길이었다.
그리고 그 길 양 옆으로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길을 이루는 붉은 루비보다도 더 귀한 것들로 이루어진 것들이었다.
또한 내가 내 인생에서 그 모든 것들을 버려두고 걸어왔던 시간들은 분명코 적은 시간조차도 아니었다.
하다못해 앞으로 허비하게 될 그 시간은 또 얼마만큼 일지를 나는 전혀 알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도 내 앞에는 누가보아도 분명히 투명한 수정으로 이루어진 궁이 있었다.
그러나 나는 분명한 확신(確信)을 가지고
미지의 수정궁을 향하여 계속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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