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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바위 사막

시월(十月)에는 태호(太湖)에서 춘란(春蘭)을 보아야겠다.

 

 

시월(十月)에는

태호(太湖)에서 춘란(春蘭)을 보아야겠다.

Thomasflood.

2020616日 作.

 

 

시월(十月)에는

태호(太湖)에서 춘란(春蘭)을 보아야겠다.

 

봄부터 가을까지 피어나는 강소성(江蘇省)의 다른 모든 꽃들이 죄다 보기가 싫었다.

사천성(四川省)이나 윈난성(雲南省)에서 피어나야 할 시원, 시원한 백화소심(白花素心)

 

민물 내음이 물씬 풍기는 이 세상 가장 큰 물가에서,

꼭 가을에 피어나는 모습으로만 보고 싶었다.

 

들여다 본 지도(地圖) 속은 미지(未知)의 세계였다.

비행기(飛行機) 표값을 지불하고 여권(旅券)을 발급 받는 일은

석양(夕陽) 이 내리는 시기(時期)에 황해상(黃海上)에 인접한

고풍스러운 고딕(Gothic) 양식(樣式) 으로 새로 지어진

크고 미려(美麗)한 건축물 안에서 이루어졌다.

 

그 민물의 내음이 가장 물씬 풍기는 이 세상 그 무엇보다도 더 큰 물가는

공교롭게도 황해상(黃海上)에 인접해 있었다.

 

그 곳에서

나는 오로지 단 하나의 꽃대 위에서만 당당하게 피어나는

오로지 단 한 송이 뿐인,

그야말로 티끌 한 점 의 아주 작은 결점(缺點) 조차도 결코 허락하지 않는 그 꽃이,

오로지 순 백색(白色)으로만 가득한 찬란(燦爛)한 모습으로,

싱그러운 향기(香氣)를 가득 머금고 피어나는 모습을

 

꼭 한 번쯤은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싶었다.

 

잃어버린 고토(故土) 에서

잃어버렸다 하기에는 너무나 먼 곳에만 있었던 그 꽃을

꼭 가을에 피어나는 모습으로만 보고 싶었다.

 

그 아름답고 훌륭한 꽃을

오곡백과(五穀百果)들이 결실(結實)을 맺어 무르익어가는

풍요(豊饒)로운 가을에 피어나는 모습으로만 보고 싶었다.

 

초겨울 찬바람 채 가시지도 않은 너무 이른 봄날에

마치 새싹처럼 피어나는 꽃으로는 도저히 보고 싶지가 않았다.

뜨거운 한여름 만물이 생동하는 시기에

아직 한참을 더 자라날 수가 있는 어린 꽃으로는

더더욱 아까와서 더 보기가 싫었다.

 

돼먹지 못한 생고집이라 비난 받더라도 전혀 상관없는 일 이었다.

 

나는 세상(世上) 만물(萬物)에는 반드시 그 정()해진 이치(理致)가 있다고 믿었고

그 모든 것들이 기필코 진실(眞實)로 결실(結實)을 맺을 시기는

반드시 가을이어야만 한다고 굳게 결심(決心)했었다.

 

나에게는 그래서 춘란(春蘭) 조차도

꼭 가을에 피어나는 꽃이라야만 하는 것이었고

 

나는 바로 그 꽃을

나의 잃어버린 고토(故土) 에서 품어낸

이 세상(世上) 그 무엇보다도 더 거대(巨大)한 민물 호수(湖水)

크고 잔잔한 호반(湖畔)에서 보고 싶었다.

 

시기(時期)는 반드시 가을이어야만 했다.

 

 

*

시월(十月)에는

태호(太湖)에서 춘란(春蘭)을 보아야겠다.

보기만 해도 가슴이 탁 트이는 완전무결(完全無缺)한 시원, 시원한 백화소심(白花素心)

 

그곳에는 이미 그 꽃이 피어났다.

 

세상(世上) 만물(萬物)을 모조리 취()하게 할,

신세계(新世界)의 이상향(理想鄕)에 가장 가까운 신비(神祕)로운 향기(香氣)를 가득 머금고서

 

 

 

 

 

 

태호(太湖) 는 상해(上海) 대한민국(大韓民國) 임시정부(臨時政府)의 바로 서(西)쪽에 위치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