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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잠(Siesta) No.2 Bonus track. 2 The Prologue(Original)

낮잠(Siesta) No.2

Bonus track. 2

The Prologue(Original)

 

 

지난 한밤 꼬박 새도록 쉬지 않고 타고 남은

앙상한 잿더미 위에 누워 곤히 낮잠을 잔다.

 

그것은 누군가를 향한 간절한 마음

저항의 끝에서 소실되어버린 회색의 잿더미

나는 퇴락은 강요될 수가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디선가 불어오는 산들 바람이

내가 누워 잠든 잿무덤을 씻어낸다

 

조금씩조금씩

 

나는 그것을 눈치 채지 못하고 있지만

언제나 일어나보면 꼭 한입만큼씩만 줄어든

꼭 한 움큼 만큼씩으로만 보이는 이미 사라져버린 회색의 잿가루들에 대한

가슴이 저며 온다는 표현조차 무색할 만큼 깊은 아쉬움 속에서,

 

개구쟁이 같은 얼굴에,

양 볼을 잔뜩 부풀린 표정을 지으며

일어나버린 사건을 전혀 자각하지 못한 채

기어코 고개를 떨구어 잠들어버린다.

 

졸음은결코 이겨낼 수 없는 악마의 유혹이 되어

사라져가는 잿가루에 대한 가슴 저미는 안타까움과

 

태양이 저물고 가슴이 시려오며,

오랜 심고의 끝에 결국 연약해지게 된 육신에,

청하지 않은 손님과도 같이 스며든 차가운 밤으로 인하여

몸 전체와 작은 턱이 덜덜 떨리도록 추워지는 등의

사소한 문제쯤은 가볍게마치 새털처럼 가볍게

 

잊어버리게 만들어주곤 한다.

 

완전히 탄화되어버린 잿더미를

보물처럼 끌어안고 잠든 나는

꿈으로 결박당한 프로메테우스

 

긴 밤 추위에 떨다 태양이 다시 하늘 위로 떠오르게 될 때,

 

꿈으로 결박당해 이미 움직일 수가 없는 나의 쇠락한 육신 위로 가만히 내려앉아

게걸스럽다는 표현이 무색할 만큼 정신없이 내 간을 쪼아 먹는 굶주린 독수리 떼들을

무턱대고 진심으로 사랑할 것을 끝없이 요구받아야 하는 누군가에 의해 억지로 만들어진 수인

 

아득한 시선으로 창공을 바라볼 때

그 수많은 억지와 거짓의 사랑의 대상들이 하늘을 가득 메운다.

드넓은 시야 한가득 새카맣게 보일 정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