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
나는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매달린 죄수였다.
함께 십자가에 매달린 너에게, 나는 구원을 이야기했다.
티끌 한 점의 오점도 없는 완벽한 성인만이
우리를 모든 번뇌로부터 구원해 줄 수 있는 것일까?
우리는 우리들 스스로를 구원해 줄 수는 없는 것일까?
곪아 터진 종기에서 고름을 짜내듯
치유란 고통을 수반하는 것이다.
나는 완벽한 천국을 이야기하는 그리스도를 건너뛰고
다시 한 번 너에게 구원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너는 그런 나를 비웃으며 임종을 맞이했다.
그것은 진정 비탄으로 가득한 순간이었다.
죽음 뒤의 영생과 구원에 대하여서
나는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그러나 나는 네가 죽음이 찾아오기 전,
마지막으로 찾아온 한조각의 호의를 거절한 채
쓸쓸하게 임종을 맞이하고 말았다는 사실만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을 뿐이다.
그리스도의 완벽한 구원의 약속을
한번쯤 믿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간절히 바랐다.
내가 죽음을 맞이하기 전에 단 한번 만이라도
진정으로 나의 마음이 구원을 얻을 수 있기만을,
나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행복했던 순간들 같은,
어린 시절 구정물을 뒤지며 미꾸라지를 천렵할 때와 같은,
친구들과 함께 종이컵 차기 같은 단순한 놀이를 할 때와 같은,
순수하게 호감으로 가득한 삶의 어느 한 순간을 맞이할 수 있기만을
간절히 바라왔다.
나는 그리스도가 아니다.
당연히 네 죽음 뒤의 영생과 천국에 이르는 길 따위는 제시 해 줄 수 없었다.
단지 내가 너에게 건넨 것은 나의 온 마음을 담은 한 조각의 호의였을 뿐이다.
나는 그것을 구원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아무렇게나 전화를 걸어 수화기너머 미지의 상대를 향하여
고작 해 봐야 종이돈 몇 장을 쥐고서
감히 천국을 주문할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꿈꾸는 텔레비전의 브라운관과 디스플레이 너머로
일방적으로 서로를 시청하는 만화경 같은 세상 속에서
구원이란 과연 어디에 있는 것이란 말인가?
풍진 세상 등지고 도저히 짐작할 수 없는 죽음의 경계선을 넘어야만
비로소 구원에 도달할 수 있다는 말인가?
나는 자신을 믿으라는 그리스도를 향하여
나 자신의 호의를 담아 말했다.
“당신을 믿습니다.”
그렇게 나는 그리스도를 구원하여 주었다.
그가 임종을 맞이하기 전에
아직 그의 심장이 세차게 뛰며
절대로 멈추고 싶어 하지 않는 그의 심장이 간절히 바라는,
단 한조각의 도움을 바라는 그의 생의 마지막 순간에
그에게 나의 호의를 건네어 주었다.
그리스도는 나에게
나의 심장이 멎은 뒤에 찾아올 천국을 약속하였다.
그리고 그리스도는 외쳤다.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번역하면
아버지 아버지
나를 버리시나이까?
마태복음 제 15장 34절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시나이까
누가복음 23장 46절에서는
아버지여 내 영혼을 아버지 손에 부탁하나이다.
하시고 운명하셨다 합니다.
마가복음 역시 제 15장 34절에
마태복음과 동일한 유언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요한복음은 또 다른 내용입니다.
요한복음에서는
해융적신 포도주를 우슬초 가지에 달아 주님께 드리셨고
주님께서는 마지막으로 목을 축이신 뒤
이제 다 이루었다
하시고는 운명하셨다고 합니다.
요한 복음 제 19장 28절부터 29절까지의 말씀 입니다.
해융이란 해면 또는 갯솜 이라불리는 바다생물로
바다의 양털 이라는 뜻으로 초기 성경에 번역된 표기입니다
가난한 사람들이
자신들이 구할 수있는 최선일 수밖에 없었던
값싼 신 포도주나마
그것을 해융에 적셔 그리스도께 바치고
그분들의 온정 속에서
그리스도께서는 운명하시고 또 부활하셨다고 합니다.
각 복음서상 내용이 조금 다른데
이야기의 전달자가 인간이기 때문이겠죠
*종이돈 몇 장을 쥐고 전화를 걸어 천국을 주문한다는 표현은
‘못’ 이라는 밴드의 ‘클로즈’ 라는 노래가사에서 빌려온 표현입니다.
종이돈 몇장으로 전화를 걸어서 주문하는것이 가능한 천국이
자장면이나 족발이었다면 참 좋겠습니다.
'슬픔의 바위 사막 '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리움(Yearning) 슬픔의 바위 사막 제 5편(Rock desert of sorrow part. 5) (0) | 2019.11.03 |
---|---|
구원 해설 (0) | 2019.10.29 |
나락(奈落)의 날개를 단 용(龍), 불가사의(不可思議)의 악마(惡魔)의 심장(心臟) 같은 검은 그 날개. (0) | 2019.10.20 |
신의 질문(The God ask to you) 슬픔의 바위사막 외전 제 7편(Abduction of the “Rock desert of sorrow” part. 7) (0) | 2019.10.19 |
약속에 대한 신념(Faith in one's promise) 슬픔의 바위 사막 외전 제 4편(Abduction of the “Rock desert of sorrow” part. 4) (0) | 2019.10.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