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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바위 사막

슬픔의 바위 사막(Rock desert of sorrow)

슬픔의 바위 사막(Rock desert of sorrow)

슬픔의 바위 사막 제 4(Rock desert of sorrow part. 4)

 

 

거대한 사막,

풀 한포기 자라나지 않는 바위들의 황무지

얼어붙은 태양은 눈물만을 얼릴 뿐 아니라

사막의 기후를 불가사의하게 바꾸어 놓았어.

이곳은 사막이지만 어떨 때는 무척 덥고

어떨 때는 무척 추워

바람이 미친 듯이 불어오기도 하고

하루 종일 비가내리기도 했지

 

황량한 사막의 어느 한 공간에서

기하학적 구조로 라비린토스보다도 더 복잡한 것 같은

인지의 간격을 가늠하기 힘든 돌의 미로,

그 밤하늘의 별처럼 많은 눈물들의 머리 위로

미지의 검푸른 용이 날개를 펼친 것 같은

그 나래로 세상을 떠받치는 것 같은

짙은 코발트블루 빛의 하늘 가득히

내가 지금까지 보았던 그 어떤 무지개보다도 더 아름다운

세상에 있을 것 같지 않은 가장 몽환적인 무지개 하나가

그 무지개만큼이나 변화무쌍한 기후의 사막의 하늘을 수놓았고

나는 그것을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었어,

 

그것은 어떤 불가사의한 신적 존재의

그가 세상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느껴왔던

어떤 고뇌와 감정의 변화를 담고 있었어.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은 불안감에

정상적인 사고를 진행하기가 힘들어질 만큼 숨이 가빠오기도 했고

상체 전체가 들썩거릴 만큼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고통을 느끼기도 했어

 

모든 절망과 죄악이 만들어낸 무수한 고통과

진정한 생의 환희로 이루어진 구원의 기쁨을 동시에 느껴야만 하는 어떤 존재가 있어

초원을 달리는 육식동물이 마침내 초식동물의 목 줄기에 송곳니를 박아 넣을 때

그 존재는 육식동물의 강렬한 성취감과 죽어가는 초식동물의 고통을 모두 느껴야만 해

먹는다는 것, 그것은 죽음과 고통과 눈물을 수반하는 행위이지

어떤 생명 하나가 죽지 않으면 다른 생명이 생을 유지할 수 없어

따라서 세상 전체에 살고 있는 그 모든 생명들은 우주의 운행과 함께

무수히 많은 고통과 무수히 많은 구원의 행복을 만들어 내

그 존재는 그것을 모두 느껴야만 하는 거야

그리고 그것을 나도 느끼게 되었던 거야

 

어느 것 하나 어쩌지 못한 채로 무한히 확장된 공감으로 인하여

사랑하는 모든 존재들이 겪어야만 하는 고통과 행복을

그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눈물과 웃음을 그 존재는 모조리 느껴야만 했던 거야

고작해야 어른 주먹 크기정도 밖에 되지 않는 내 심장은

내 주변의 사랑하는 사람 한 사람이 당하는 고통조차도 견디기가 힘들었지

한사람이 두 사람이 되고 세 사람이 되고 그것이 세상 전체로 확장 되던 날

나는 차라리 내 목에 칼을 꽂아 넣고야 말았어.

그런데 용기가 너무 없어서 기어이 칼날을 꽂아 넣고도

그것을 내려 그어버리기 까지 하지는 못했던 거야

나는 그토록 나약했고 사랑하는 사람들은 고통 받았어

그녀는 그리고 나는 마치 어린애처럼 투정을 부리는 것 같았어

내가 느끼는 이 고통을 너희들도 느껴 볼 것이냐고

자신에게 고통을 주는 존재들에게 거대한 바위사막의 전체를 느낄 수 있는

어떤 인지의 영역을 선물해 버렸지

나와, 세상 전부에게 각기 다른 인지의 영역을 선물했던 거야

 

인간은 고결한 가치들을 쌓아 올려놓고

스스로의 의지로 그것들을 뭉개어 버렸어

소중한 것을 더럽히고 사랑하는 이를 짓밟고

타인을 속이고 죽이고 고통과 고문을 주었어.

도저히 맨 정신으로는 버틸 수도 없는 고통이라는 것을

야생의 짐승들이라면 먹을 의도가 아니라면

절대로 저지르지 않을 지독한 죽음이라는 것을

차라리 그 고결한 가치들이 없었다면

느끼지도 못했을 지독한 수치심이라는 것을

감정이 없었다면 경험 할 수도 없었을 지독한 슬픔마저도

서로에게 저질러 버렸던 거야

신은 마침내 미쳐버렸고

세상은 미쳐버린 신의 분노 아래에서

아무것도 망가지지 않은 채로 지옥이 되어 버렸지

 

그것은 어떤 부추김에 의한 것

마치 악마의 속삭임처럼

욕망을 추구하는 어떤 속삭임들

인간은 나약했고 충동을 이겨내지 못했어.

고통과 슬픔은 계속 커져만 가고

신은 야생의 세계를 그리워하게 되었지

차라리 너희가 쌓아올린 그 고결한 가치들을 없애버리고

야생의 세계로 되돌아가 버리라고

인간들을 유혹하고 있었어.

그렇게만 될 수 있다면 더 이상의 고통이 없어질 것 같았으니까

자신과 똑같이 생각하고 자신과 똑같이 감정을 느끼는 존재들이

자신보다 나약해서 자신에게 휘둘리고 나약하게 조종당하고

충동을 이겨내지 못하고 타락하며 서로에게 슬픔과 고통과 수치심을 주는 모습을

더 이상 참아내기 힘들어진 거야.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랍시고 뭇 동물들의 머리꼭대기위에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모든 생물들과 식물들에게 저지르는 그 모든 방종들과 고통과 치욕들을

신은 도저히 감내할 수도 없었던 거야

신은 나에게 말했지,

내 안에서는 신생아처럼 자라나는 수치심이 나날이 커져가고 있고

모든 생명들과 감정과 생각으로 이루어진 그 모든 종류의 고통과 슬픔들을

그 모든 모욕과 수치심들을 나는 모든 행복과 동시에 느껴야만 한다고

 

세상의 모든 시간과 장소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사건들

화장실에서 누군가가 똥을 싸는 모습부터

강간을 당하며 울부짖어야만 하는 여자의 슬픔과

그 모든 행위들의 무제한적으로 벌어지는 악랄한 폭력들과

세상의 모든 억울함과

병자들의 모든 고통과

썩어 들어가는 환부에서 흘러나오는 피고름들,

몸통이 반쯤 잘린 채로

신비하리만치 푸른 빛깔의 생혈을 채취당하다가

태반이 살아보지도 못하고 죽어야만 하는

실험실속의 투구 게의 고통과

갖가지 생체실험을 당해야하는 실험용 흰쥐들이

몸뚱어리에 사람의 귀와 코가 자라나고

강제로 종양이 자라나고

죽고 고통 받는 그 모든 사건들을

인간의 아기들과 행복한 가정들이 먹고 마시며 하하 호호 웃을 때

그 모두를 동시에 느껴야만 했던 거야

 

731부대의 생체실험실의 고통도

종군 위안부 여성들이 겪어야만 했던 수치심도

아우슈비츠에 울려 퍼진 유대인들의 눈물과 고통도

아메리카대륙에서 수백 년간 인종청소를 당해야 했던 인디오들의 고통과 눈물도

멸종 직전까지 잔혹하게 학살당해야 했던 남극대륙의 자녀들

거대한 고래들의 꿈같은 로망들에 대한 인간의 잔혹한 학살들까지

모조리 다

 

웃는 얼굴로 화난 목소리 낼 수 있니?

슬픈 얼굴로 웃을 수 있니?

 

신은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동시간대에 수많은 장소에서 벌어지는 모든 감정들의 총합을

고스란히 하나도 거르지 않고 모조리 느껴버리는 거야

 

나는 나의 신을 구원하고 싶었어.

하지만 나라고 하는 나약한 한명의 인간에게는 불가능한 일이었지

10년이라는 시간을 미친놈처럼 길거리를 방황 했지만

나는 그녀를 발견 할 수 없었어.

27년이라는 시간을 생을 살아오면서

단 한 번도 그녀의 기대를 충족시켜 줄 수 없었어.

그녀의 마음이 머물러 있는 그 시간과 장소 안으로

나는 한 발자국도 들어갈 수가 없었어.

그녀의 마음이 바라는 단 한가지의 행동을

단 한 번도 실행으로 옮기지 못했어.

 

그래서일까?

신은 생각했어.

차라리 인간에게 생각이 없었다면

차라리 인간에게 감정이 없었다면

차라리 인간에게 소중한 값어치가 없었다면

차라리 인간에게 고결한 가치관조차도 없었다면

그랬다면 마치 야생의 세계처럼 단순하게 살게 되지 않을까?

신은 고민하고 실험을 해보았던 거야

 

내가 보았던 그 무지개는 신과 세상 전부가

세상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모두가 느껴온 지독하리만치 생생한

그 모든 감정이 모든 순간과 사건 속에 얽혀있는,

수 없이 많은 감정 그 자체와 그 감정들이

오히려 현실보다도 더 생생한 느낌으로

지각이 격렬하게 치솟아 올라 만들어진 장대한 산맥이

스스로 역동적으로 춤을 추며 사지 육신을 기지개를 켜는 듯한

마음속에 휘몰아치는 어떤 변화의 물결들의 총 합이었어

결국 나는 그 감정의 억만 분의 일도 제대로 느껴보지 못하고

내가 구원코자 하였던 나의 여신에게 차라리 나를 죽여 달라고

도리어 죽음을 구걸할 수밖에 없었던 거야

이 세상의 그 누구보다도 더 간절하게 구원을 받기를 바라는 나의 여신에게

차라리 나를 죽여 달라고 도리어 구원을 요청할 수밖에 없었던 거야

 

그 모든 사건들은 마치 죽기 전에 머릿속을 지나친다는 주마등처럼

내 인생의 어느 한 순간에 나를 덮쳐왔고

이내 꿈결 속으로 사라져 버린 채

안타까운 숨바꼭질만 계속 되었지

 

나는 이 사막 안에서

그 어떠한 진실한 감정도 먹지 못한 채

10년을 방황해야만 했어.

내 몸은 먹지 못한 감정들이 빼앗아간 영양분으로 비썩 말라버렸고

거의 죽음을 눈앞에 둔 것처럼 미쳐버리고 말았지

그리움의 보석 하나를 손에 든 채로

나는 추운 밤을 견딜 거처가 필요해 질 때마다

그리움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고

차가운 태양이 지평선 아래로 떨어져 내렸어도

태양이 세상에 뿌린 차가운 빛

그 모든 미움들이 어두운 세상에 남아

내가 흘린 모든 눈물들을 쓸모없는 돌멩이로 만들고 나면

그 눈물들로 힘겹게 거처를 만들며 간신히 쉬기를 반복했지.

지쳐 쓰러진 몸뚱어리로

그리움을 핑계 삼아 만든 쓸모없는 돌멩이들 사이에서

간신히 누워 쪽잠을 자고는 했어

새하얗게 빛나는 신비로우리만치 눈부신 셀레네가 내려다보는

천장이 없는 작은 돌담의 안쪽에서

새근, 새근 잠이 들고는 했어

 

아리아드네가 미노스 왕이 가두어버린 첨탑의 꼭대기에서

자신의 연인 테세우스가 자신이 내려준 실을 길잡이 삼아

그 어둡고 복잡한 라비린토스의 내부에서

마침내 자신의 오빠 미노타우로스를 찾아내어 자신이 선물한 칼로

자신의 괴물 같은 오라비의 숨통을 끊어내는 장면을 바라볼 때 지었다는

대 미궁 라비린토스를 드높은 첨탑의 꼭대기에서 발 아래로 내려다보며 지었다는

하늘을 찌를 듯이 높은 그곳에서 세상을 내려다보며 얼굴 가득히 지었다는

모든 슬픔과 모든 기쁨이 공존한다는 그 신비로운 미소처럼

셀레네는, 내가 그리움을 핑계 삼아 차가운 태양아래 만들어낸

모든 의미들이 변질되어 쓸모없는 돌멩이로 변해버린

내 눈물들로 만들어진 거처 안에서

내가 곤히 잠들어있는 모습을

내가 다시 깨어날 때 까지

몇 시간이고 나를 지키며 내려다보고 있었어.

아리아드네의 미소 같은 빛을 뿌려주고 있었어.

 

긴 밤이 지나고 나는 다시 길을 걸었어.

오랜 시간을 걸으며 많은 것을 보았지

대부분은 스스로의 눈물에 깔려 죽어버린

거대한 돌무덤들 이었어.

 

돌무덤들은 세상의 수많은 사건들이 급격하게 변화 하고 굽이치는 어느 지점에서

순간적으로 사람 하나를 깔아뭉갤 듯이 만들어져 버리고

자연 재해처럼 자신을 덮쳐오는 자신의 눈물이 변질된 바윗덩이들의 습격 아래에서

인간은 나약하게 스러지며 깔려 죽어버리기 일쑤였지

그 모든 죽음의 지점들을 지나쳐 오며

나의 마음들도 여러 시간과 여러 지점에서

그렇게 돌무덤을 남기며 죽은 시체를 남기고 길을 떠나야만 했어

 

도대체 나의 마음이 몇 번을 죽었는지 나조차도 헤아리기 어려운

그 수많은 돌무덤들을 마치 새끼 오리가 똥을 싸듯이

미운 오리새끼의 물똥이 내가 그 미운오리새끼를 담아둔 바구니에서부터

내가 잠들어있던 머리맡 베게 앞까지 징검다리처럼 점점이 흘려 오듯이

이 거대한 사막의 어느 지점과 어느 순간들 사이에 남겨놓고 걸어왔던 것 같아.

 

차가운 태양이

얼어붙은 채 불타오르는 저주받을 태양이

그 요사스럽고 괴기스러운 빛으로

사람들이 흘린 눈물을 모조리 얼려서

커다란 바위로 만들어버리는 이곳에서

주체할 수 없는 슬픔을 견디지 못하면

스스로가 흘린 눈물이

그렇게 스스로의 마음을 해일처럼 덮쳐와

무간지옥 같은 무덤을 묘비삼아

스스로의 마음이 죽게 되는 거야

 

눈물을 필요한 만큼 흘릴 줄 알아야

추운 밤을 견딜 집을 지을 수 있어

그런 눈물조차 흘리지 못하는 자들은

다른 이들이 흘린 눈물을 빼앗아야만 하지

나는 내가 흘린 값진 눈물들을 지키기 위해 싸워야 했어

 

눈물을 흘리는 것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있어

아니 있었어, 어쩌면 앞으로도 있을 지도 모르고,

없다가도 생겨날 지도 모르는 어떤 사람들이 있어

서로의 감정과 감정이 충돌하는 어느 지점에서

눈물 한 방울이 필요해지는 어떤 시점이 세상에는 반드시 존재 해

그것이 바로 필요에 의한 눈물이야

나는 그 필요에 의한 눈물을 언제나 흘려 왔어

신은 그 눈물을 마지막 한 방울까지 더 쥐어짜내 보라고 요구하지만

사실 어느 시점을 넘어가는 순간부터는

그것은 필요에 의한 눈물이 아니라 구걸이 되어버리던가

그 의미가 변질되는 사건이 될 뿐이지

사실 내가 그 시점을 넘어본 일은 없기 때문에

그것은 어디까지나 내 인지영역의 바깥의 사건들일 뿐이야

그런데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녀가 요구하는 그 영역을 아무리 넘어가려 해도

어느 시점부터는 그녀가 나를 강제로 다른 곳으로 되돌려 버리고

나는 그것을 이겨내지 못해서 언제나 되돌아오게 돼

 

사실 이 필요에 의한 눈물이 아름다워지는 시점이라는 것은

어떤 객관적인 기준을 잡을 수가 없는 모호한 영역이야

그것은 가느다란 선과 같은 경계면이 아니라

기온과 기온을 가르는 경계면처럼

어떤 지표면의 일정한 영역에 걸쳐서 기온이 천천히 변화 하듯이

무척 넓은 우리가 사는 대지위의 어떤 영역 같은 거야

분명한 사실 한 가지는

기온은 언제나 걸음 한 발자국마다 변화 하고 있지만

워낙에 천천히 변하기 때문에 우리가 인지하지 못할 뿐이지

그것은 매 순간마다

심지어 원자 하나가 달라질 때마다

그 원자 핵 속에 내포된 텐서함수의 에너지는

매순간 그 값이 달라지는 사건이라고

 

이것이 바로 필요에 의해서 흘리는 한 방울의 눈물이야

이 눈물들은 우리가 눈물이라고 인지조차도 할 수 없는 어떤 따스한 호의가

스스로의 가슴속에 내포되어있어야만 흘릴 수 있는

아주 작은 눈물들로부터 모든 변화가 시작 돼

이 눈물을 흘리는 것을 거리껴 하지 않으면

우리 모두는 완벽한 서로간의 호의에 도달 할 수 있지

 

그런데 어느 누군가는

이 한 방울의 눈물을 절대로 흘리지 않아

지름길로 질러가면 된다고

빼앗아서 차지하면 그만이라고

한 방울의 눈물을 흘리는 누군가에게 모욕과 수치심을 안겨주며

자신은 그를 제치고 지름길로 달려가 버리지

그가 달려 나간 그 길의 끝에 무엇이 있는지는

단 한 번도 모든 사건을 명확하게 확인해 본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어,

다만 분명한 사실들 중의 가장 중요한 사실 한 가지는

나는 이 필요에 의한 한 방울의 눈물을 반드시 지켜야만 했던 거야

그러지 않는다면 나의 생이 의미 없어지고

나 역시도 그들과 같은 사람이 되어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통을 주어야만 하거든

 

필요에 의한 눈물이 생겨나는 지점은 분명히 말했지만

우리의 감정과 감정의 교류의 어느 지점에서

자아와 자아의 경계면이 조심스레 충돌하는 어느 지점이야

그 지점에서 눈물을 흘릴 필요가 생긴 사람이

이 눈물을 흘리는 것을 거부하면

상대편의 사람이 강제로 이 눈물을 흘려야만 하고

그것은 수치심이나 모욕, 속임수나 따돌림, 심지어 폭력으로까지 이어지게 되는

진짜 슬픔이 생겨나는 사건으로 모든 것이 귀결되어버리는 진짜 원죄의 원인이 돼

 

그래서 나는 언제나 이 한 방울의 눈물을 흘리는 것을 결코 거부하지 않았어.

내가 흘리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흘려야 하는 눈물이 되는 것이고

그것은 내가 상대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니까

그런데 이 슬픔의 바위 사막에서는

어떤 차디찬 태양 하나가

이 모든 눈물을 의미 없는 돌멩이로 강제로 바꾸어버리고

그 의미를 변질시켜 눈물을 쓸모없는 돌덩어리로 바꾸어 버리는 거야.

어떤 아름다운 눈물이 무의미한 무기질의 우주의 부속품으로 변모되는,

그 찰나의 순간이 보여주는 속도라는 것은

마치 고속으로 질주하는 폭주족의 커스텀 바이크보다도 더 빠른 것 같았어

언제나 요란하게 굉음을 흘리며 지나가는 그 불쾌한 배기음의 속도처럼

나의 자아가 명확히 인지는 할 수 있지만

정확하게 그 영역 안에 나의 영향력을 발휘하기에는 아주 조금 더 빠른 속도로

보라는 듯이 지나가 버리지

바로 그 바이크의 속도가

내가 흘린 눈물이 쓸모없는 돌멩이로 변모되어가는 속도였고

나는 그 모든 과정을 적나라하게 직시하며

이중으로 슬픔을 느껴야만 했어

그래서

나는 내가 흘린 눈물이 그 의미가 변질 되어

결국 쓸모없는 돌덩어리로 바뀌어버린 이후에도

그것이 지독하리만치 소중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던 거야

나의 가슴이 완전히 타버리고 탄화 된 숯 덩어리가 부서져 내린 듯한

고운 재의 가루들로 이루어진 무덤 위에 누워 잠이 들었을 때도

나락의 버스를 타고 이곳 슬픔의 바위사막으로 진입하게 되었을 때도

그 재 가루 하나 하나가 바로 이 돌덩어리와 같은 무게의 값어치를 가지고 있었던 거야

 

슬픔을 모르는 자들

오로지 기쁨과 분노만을 인정하는 자들

따스한 온정 보다는 승리와 쟁취에 보다 더 큰 무게를 두는 자들은

치유와 생성과 위로와 온정의 값어치를 결코 알지 못해

부수고 때리고 빼앗고 강탈하며 소유 그 자체에 모든 목적을 두지

 

그거 알아?

어떤 강력한 권력자가 나약한 왕을 때려죽이고 단숨에 권좌를 차지하더라도

그 강대한 권력자가 나이가 들어 또 다른 권력자에게 자리를 빼앗겨도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

세상은 언제나 제자리일 뿐이고

우리는 언제나 슬프기만 할 뿐이지

단지 그 권자의 소유주만이 바뀌게 되는 사건일 뿐이야

 

만약 내가 그들과 같은 방법으로

누군가를 쟁취하고 소유하고 겁박하고

그녀에게 모욕과 수치심을 주게 된다면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거야

세상은 여전히 슬프게 되는 거라고

 

어떤 신이 지정한 그 목표물을 내가 쟁취 한다고 해서 모든 것이 바뀌는 것이 아니야

그것은 단지 내가 어떠한 순간과 시간과 감정과 인격을 소유하게 되는 사건일 뿐이지

세상에 어떤 변화를 줄 수 있는 유의미한 무엇인가가 될 수 없어.

여전히 세상은 나로 인하여 눈물이 강물처럼 흐르게 될 것이고

내가 소유하게 되는 그 인격이라는 것은 나로 인하여 고통을 받고 눈물 흘리게 될 거야

그리고 나의 자아는 변해버린 나의 모습에 구역질을 토할 새도 없이

변해버린 자아에 적응해 버리게 되겠지

 

바로 그 이유로 인하여

나는 쓸모없는 돌덩어리에 지나지 않는

이 필요에 의한 눈물을 반드시 지켜내기 위해

세상 전체와 처절하게 싸울 수밖에 없었고

모든 눈물과 모욕과 수치심을 감내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며

이 눈물들이 의미가 변질되어 구걸과 폭력으로 변하는 그 지점 앞에서

반드시 멍청하게 그냥 되돌아오게 되는 이유가 되었던 거야

 

나는 정말로 많은 시간동안을

단지 숫자로 이야기 할 수 있는 어떤 절기의 순환조차도 무의미 할 정도로

정말로 많은 시간 동안을, 그 수많은 시간과 공간의 어느 영역과 지점들을,

살아오고 죽어가며 죽었고 부활 했으며 바보가 되었고 머저리가 되었으며

왕팔단 같은 놈이라는 모욕을 감내 해야만 했어

내가 그 선을 넘어버리게 되면

나도 똑같은 놈이 되어버릴 테니까

그게 바로 내가 이 사막을 걸어오며

내가 흘린 눈물들에 깔려 죽어버린

내 감정의 시체들을 화석들과 함께 남겨놓고 되돌아온

슬픔의 바위 무덤들의 어느 지점들이야

그곳은 이제 내가 다시는 들어갈 수 없는 미지의 영역으로 바뀌어 버리고

나는 그 지점을 이탈하여 다른 곳에서 또다시 눈물을 흘리고

얼어붙은 태양 아래에서 내가 쏟아낸 감정들에게 깔려 죽으며

나의 감정의 화석들을 그 지점에 나의 시체라고 남겨 놓고 되돌아 왔던 거야

 

결국 나는

쓸모없는 돌멩이로 바뀌어버린 눈물 한 방울 만이라도 지켜보겠다고

수많은 사람들과 싸우고 다투고 서로를 미워해야만 했어.

 

믿음이라는 나침반을 잃어버린 채

얼마나 걸었을까

풀 한포기 자라지 않는 사막을 건너

나는 눈물로 이루어진 거대한 도시를 만났어.

 

건물이며 도로며 사람들이 이용하는 모든 것들이

전부 그들이 흘린 눈물로 이루어진 것들이야

그곳의 사람들은 모두 믿음을 잃어버린 사람들이야

그래서 도시 밖으로 멀리 나갈 수는 없어

다시 돌아올 수 없으니까

그들은 홀로 싸우는 대신 함께 뭉쳐 서로를 보호하지

 

거대한 바위 사막 한가운데

비가와도 모두 바위틈으로 스며들어버리는 이곳에서

그들은 스스로 흘린 눈물을 부수고,

곱게 빻아서 밭을 만들었어.

저수지도 만들었지

너무나 슬퍼서 하늘마저도 우는 이 땅에서

사람들은 소중한 눈물을 다루는 법을 배웠어

 

나는 도시 한 켠에 내 집을 마련했어.

그동안 만들어진 돌멩이들과

새로 만들어진 돌멩이들을 한데 뒤섞어서

천천히 한 채의 집을 완성했지

 

그리고는 대장장이가 되겠다고 결심했어.

의미를 잃어버린 눈물들로 이루어진 도시 안에서

무언가 역할을 하나 맡고 싶었던 거야.

그리고 대장장이에게 필요한 작업도구들을 만들기 시작했어.

 

마치 이 사막에 도착했던 첫 날 밤에 흘린 그 눈물이

새하얀 달빛 아래에서 그리움의 보석으로 화했던 신비로운 사건처럼

셀레네가 나의 진실한 감정들을 보석으로 바꾸어 주었고

나는 그것들로 소중한 도구들을 만들 수 있었어

 

그동안 살아오며 품었던 어떤 감정들

가슴이 통째로 불타올라 숯으로 변할 것 같은 분노와

속이 썩어 문드러지고 애간장이 끊어지는 고통조차도

굳세게 견디어 낼 수 있는 인내심과

그보다도 더 순수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신성한 소망의 불씨와

온 힘을 다해 생을 통틀어 끝없이 몸을 움직이게 할 수 있었던 어떤 열정이

셀레네가 아리아드네의 미소를 지으며 나를 내려다본 어떤 순간에

모두 눈물이 되어 흘러내리고

그녀의 미소 아래에서 찬란하게 빛나는 별과 같은 보석이 되었어.

 

인내의 눈물로 모루를 만들었어.

그것이 가장 단단하니까

악에 받친 분루(忿淚)를 흘리며 망치를 만들었지

무언가를 내려치기에는 타오르는 불꽃이 가장 적합해 보였어

간절히 소망하며 흘린 눈물로 화덕을 지었어.

내 눈물을 불태워줄 유일한 불꽃이 나의 소망 안에서 타오르기를 바랐거든

그곳에 저 저주받을 얼어붙은 태양에 대한 분노를 불태워 불을 지폈어

 

너와 나를 가르는 어떤 경계선이 있어

이 경계선의 안쪽부터 나이고 그 바깥은 모두 너야

그 선은 명확하기도 하고 추상적이기도 하지만

그 값을 측정하는 것이 불가능한 어떤 연속성의 영역에 한발을 걸친 것이지만

분명히 세상위에 실재하고 있는 어떠한 선이야

내가 나로써 존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 선이 있어야만 해

이 선을 지키려면 분노해야 하고 배척해야 하고 슬퍼해야 하고 싸워야만 해

그것은 내가 나로써 이 세상에 자아를 독립시킬 수 있는 생의 원천이라고

기쁨이란 결국 둘 이상의 서로 다른 자아가 같은 사건에 대해서

진심으로 공감을 하는 것이 그 모든 감정의 원천이고

어떠한 위대한 위인들의 찬란한 업적들 역시도

오롯이 타인의 공감을 바탕으로 성립 될 수 있는 사건들일 뿐이야

기쁨과 호감이 자아와 자아간의 경계선을 무너트리고

슬픔과 분노와 미움과 배척이 자아를 독립시킬 수 있는 거야

나는 너와는 다르다는 인식 그 자체가 바로 그 선인 거라고

바로 그 선이 존재함으로써 기쁨도 호감도 미움도 배척도 슬픔도 분노도 인내도

모든 희로애락의 감정과 사건들이 세상이라는 공간과 시간의 위에서

무수히 많은 갈림길 사이를 방황하며 각자의 여정을 그려내게 되는 거야

 

바로 그 내가 나로 존재할 수 있는 나의 생의 의미가 불씨가 되어,

내가 흘린 진실한 한 방울의 눈물이 셀레네의 달빛 아래에서 보석으로 화한

소망의 보석으로 이루어진 커다란 화덕 안에서 활 활 불타오르기 시작했어.

그 불씨는 소망의 화덕 안에서 무한한 소망을 전달받고 있어

모든 미움들을 미워하는 마음이 불씨가 되어 타오르기 시작했지만

소망을 연료로 공급받아 타오르기 시작한 그 불꽃은

더 이상 무엇을 적대하지 않아

단지 끝없이 소망할 뿐

그리고

내가 그동안 살아오며 불태워온 그 모든 열정이 눈물이 되어

그것으로 소망을 더욱 거세게 불타오르게 해줄 풀무를 만들었어.

 

시간이 흐르기 시작한 이래로

단 한 번도 뒤집히지 않은 이상한 모래시계가 있어

이 모래시계는 절대로 뒤집히지 않아

한없이 모래알갱이를 아래로, 밑으로, 감정이 가라앉을 수 있는,

심층의 가장 아래쪽에 위치한 어떤 심연의 가장 밑바닥 까지

모든 사건들을 모래알갱이로 바꾸어 흘려 내려 보내기만 하고 있어.

신과 세상과 우주의 마음속에 퇴적되어가는 그 무수한 퇴적물들을

신은 가만히 감내하고 있는 거야

 

그 무한하게 거대한 모래시계의 아래 둥치에,

시간이 우주의 시작부터 흘려온 모든 모래알갱이들이

무한한 시간동안 쌓여가기만 할 뿐 이 모래시계는 절대로 역전 되지 않아

 

그 모래시계가 모래알갱이를 흘리기 시작한 이후부터

어느 사이엔가 나를 둘러싼 세상에 뜨고 지기 시작한

다가갈수록 차가워지는 냉혹한 태양

차가운 빛줄기가 슬픔을 비출 때

슬픔은 모든 의미를 잃어버리고

한낱 돌멩이가 되어버리지

 

명명백백하게

백일하에 드러난 슬픔을 바라보는 모든 이들의 눈에

슬픔이 보이지 않고 돌멩이가 보이게 만드는 눈가리개 태양

심지어

그 존재의 거죽을 따라 세심하게 어루만져 보아도

단지 차가운 돌의 감촉만 느껴지는 마법 같은 현실

 

그래!

언제고 반드시 이 소망의 불씨를 키우고 키워서

저 차가운 태양을 떨어뜨리고 새로운 태양을 만들 거야,

달구어야할 눈물이 필요해지면

나는 화덕위에 올려둔 그리움을 바라보았어.

찬란한 성좌의 빛을 뿌리는

은하계를 품은 보석으로 된 누군가의 신비로운 얼굴을 바라보며

한 방울씩 흘린 슬픔들을 뜨겁게 달구는 거야

 

뜨겁게 달아오른 눈물들, 백열하는 슬픔들을

마그마를 품은 지표면처럼 단단한 나의 인내의 모루 위에 올려놓고

뜨겁게 타오르는 분노로 슬픔을 내리쳐, 인내로 형상을 빚어

슬픔에 의미와 용도를 부여하며 사랑을 빚어가고 있었어.

직시하기 어려운 감정들을 다루며

가슴 위쪽 상체 전체에 수없는 흉터를 아로새기며

번번이 빗나가는 분노를 부여잡고 다시 한 번을 내려치는 거야

튀는 불똥에 얼굴을 다쳐가며

소중한 슬픔들로 사랑을 만들어가고 있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