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十月)에 피는 춘란(春蘭)
시월에 피어난 황룡금(黃龍金)꽃이 겨울동안 자취를 감췄다.
새로 구입한 양란은 보기에는 화려했지만
아무런 향이 없어 어딘가 서운했다.
화려한 외양에 보기는 아름답지만
향이 없는 꽃이란 것은 어딘가 서늘한 기분을 간혹 선물하곤 한다.
지난 시월에 서재에 피어난 철골(鐵骨)과 용암(鎔巖)은 백화(白花) 소심(素心)인지라
그 해 가을에 유난히도 싱그러운 향기를 내 방 가득히 풍겨주었다.
동양란의 꽃향기란 것은 참으로 신비로운 기분을 선물하곤 한다.
지난 7월에는 고운 수반위에 고생하여 올려둔
이름난 수석에 가득 자라난 파릇한 소엽 풍란들이
내 서재 가득히 매우 진한 초콜릿 향기를 채워주기도 했었다.
나름대로 추천해 주신 분께서
화려한 호접란(胡蝶蘭)과
진한 붉은빛의 만천홍(滿天紅)을 함께 보여 주셨기에
아끼는 마음으로 서재에 들여
커튼을 걷어내고 창문 가득히 쏟아지는 볓을 쬐어주는 중이었다.
그동안 키우던 아이들은
그보다는 조금 그늘진 자리로 옮겨주었다.
양란은
물보다 볕을 더 많이 머금고 자라나야 하는 아이들이었던 탓이다.
아무런 꽃향기 하나 없는 아이들이라고
어찌 여리디 여린 꽃이 아니라 할까
그 만천홍(滿天紅)은
데려올 때부터 이미 한아름 가득히 피어난 꽃이었다.
아마도 올해 여름이 다 가도록 내 서재에는
화려한 그 붉은 꽃이 하루 내 얌전히 볕을 쬐고 있을 요량인가보다.
다시금 7월에 소엽 풍란의 꽃향내를 맡을 수 있을 때까지
오래도 피는 그 꽃이
어쩌면 그리도 붉고도 고운지
꽃망울들은 어쩌면 그리도 아름다운 자태로
마치 붉은 포도송이들처럼 그리 탐스럽게도 열릴 수 있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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