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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바위 사막

수정으로 만들어진 궁전으로 이르는붉은 루비로 만들어진 길 No. 2

 

수정으로 만들어진 궁전으로 이르는

붉은 루비로 만들어진 길 No. 2

Thomasflood 作

 

 

봄이 기다리고 있을까?

꽃이 기다리고 있을까?

 

작은 항성계 하나쯤

무색투명한 수조 속에서 은어 떼 마냥 노닐며

날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다이아몬드로 가득한 별 하나쯤

선뜻 쉽게 선물처럼 안겨줄 수 있는 그런 누군가일까?

 

영원히 죽지 않고 살 수 있는 마법의 묘약이 아니라면

그곳에 가야할 이유나 값어치는 전혀 없는 것일까?

 

그곳에서 마침내 마주하게 될 것이

사실은 아주 작은 흰 고양이 한 마리뿐이라고 해도 나는 전혀 상관없을 것 같아

 

영원히 아프지 않고

영원히 굶주리지 않고

영원히 편안하고 행복하기만 할 수 있다면 좋겠지

 

하지만

 

누군가가 그곳에서 진정 날 기다리고 있기만 한다면

내가 그곳에 가야할 이유는 그것으로 충분한 것 같아

 

내가 너무 힘들고 너무 아파서 가기 싫어질 때조차도

그곳에서 정말 누군가가 날 애타게 기다리고 있기만 한다면

그 기다림에는 반드시 보답이 필요할 테니까.

 

길을 가다가

내가 죽을 만큼 아프고 힘들어질 때

이제는 정말이지 더 이상은 아무것도 하기 싫어질 만큼이나

 

모든 것이 미워지고

모든 것이 하기 싫어질 만큼

내가 힘든 상황에 처했다 할지라도

 

진정 그곳에서 누군가가 자신에게로 도달하기만을 애타게 기다리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 사람이 진정 이 모든 낙원을 만들어낸 사람이라면

 

내가 아프고 힘든 만큼

그 사람의 기다림 역시나

얼마나 아프고 외롭기만 할지를

먼저 생각할 수는 없었던 것일까?

 

가녀린 속살부터 먼저 내어 비추어주고

살 속을 타고 흐르는 모든 붉은 혈액들을 모조리 뽑아내어

그것으로 길을 만든 이가

 

온 몸 전체의 피가 단 한 방울조차도 남지 않게 된

무색투명한 수정 같은 형체만 남은 자신의 육신 말고는

성채를 지어낼 재료조차 남아있지 않았다면

그 기다림이란 얼마나 간절한 것일까?

 

모든 시간의 11초가 그야말로 지옥 같은 고통의 시간들의 연속일 때

 

나는 그 기다리는 자가 원하는 마음이

진정 그 지어진 성채만큼이나 희고 고운

무색투명하여 아무런 결점조차도 없는

아름답고 순수한 마음 하나뿐일 거라고 믿어

 

그것은 기다리는 그 사람이 받아야 할 보답

오로지 그 사람만이 누군가로부터 받아내어야 할 유일무이한 보답

 

오로지 그 기다리는 사람 한 사람만이 가장 먼저

그리고 오로지 그 사람만이 받아내어야 할 보답

 

어느 누구도

자신이 만들어낸 것을

다시 선물로 되받고 싶어 하지 않아

무언가 안겨줄 것이야 필요하겠지

 

하지만 .....

 

이미 만들어진 것 말고

누군가 새로이 만들어서 줄 수 있는 것이

과연 무엇이었던 것일까?

 

그것은 봄일까?

아니면 꽃일까?

 

무색투명한 유리 같은 수정으로 만들어진 작은 수조 속에서

마치 한 무리의 은어 떼 마냥 노니는 작은 항성계 하나쯤일까?

다이아몬드로 이루어진 별 하나쯤

 

타인으로부터 빼앗아 낼 능력을 실제로 소유하였다 할지라도

낙원을 이룬 사람의 손가락 하나를 당할 수 있을까?

 

무엇이 진정 내가 스스로 만들어내어

그 사람에게 주었다 말 할 수 있는 값어치 있는 선물이 될 수 있을까?

내가 그 사람으로부터 먼저 받아내려 하는 마음 대신에

 

오로지 귀여운 아기 고래가 그 작은 분수공으로

해수면 너머를 향해 힘차게 물기둥을 뿜어내는 모습을 바라보는 마음으로

그 사람이 날 사랑하였으므로

나 또한 그 마음에 어떻게든 보답하고 싶었다.

 

내가

그 사람이 만들어 낸 이 낙원 같은 세상에서

내 손으로 쥘 수 있었던 모든 것을 가지고

그곳으로 가려 하는 이유였다.

 

나 하나 만이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