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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바위 사막

익사 슬픔의 바위 사막 맺음 글

익사 슬픔의 바위 사막 맺음 글

-부제 副題 레하즈키르(lehazkir) 기억되기 위하여, 하나님 앞에 간구함,

쉬르예딧도트 (사랑의 노래, 결혼 축가)

대장장이의 미즈모오르 (시詩)

나만의 아얠렛샤할에 맞춘 노래 (새벽의 암사슴 위에) -시편 22편의 제목

 

 

창해에 침수되는 물조차 익사시킬 수 있는 물

나비고기도 앵무조개도 파랑 해마도 홍옥 같은 산호초와 노랑 산호초와

초록빛 해조류와 보랏빛 바다뱀과 울긋불긋 문어와 형광 색 오징어와

바위틈에는 크레이 피쉬의 무리와 줄무늬와 갖은 무늬를 빛내는 무수한 고기떼들이

한꺼번에 익사 했다.

 

바닷물은 사실 투명한 젤라틴 같아서

그 안이 훤히 비쳐 보였지만

손으로 만지면 그대로 터져나가기라도 할 듯

한껏 부풀어 오른 기대감으로 인하여 탱탱하게 탄력을 받아

그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는 대단히 팽팽한 장력을 힘겹게 유지하던 중이었다.

마치 고체 같은 그 바닷물 속의 모든 생명체가 긴장감 속에 입을 틀어막고 숨을 죽인 채 그들의 모든 행동이 강제로 멈추어진 것만 같은 그 순간

연보랏빛 몸체에 파랗고 투명한 촉수를 가진 이름 모를 작은 말미잘의 가녀린 촉수 하나가

감히 그 숨 막히는 침묵을 깨고 해조류가 잔뜩 붙어있던 해수면 아래의 바위 위에

그 해조류들과 함께 붙어있던 작고 검은 따개비들 사이로

역시나 해조류들과 함께 있던 작고 귀여운 거북손의 연약한 껍질 위를 살며시 어루만지며

그만 거북손에게 애정을 주게 된 것이 화근이었다.

 

젤라틴의 탄력적인 고체의 질감을 간신히 힘겹게 유지하던 바다는

그 순간 터져 나오는듯한 하늘의 창수에 침수되어 그대로 익사하고

무수한 고기떼들이 물에 빠져 허우적대다가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익사한 바다는 바람결에 파도를 일렁이게 하고

파도의 머리 위를 아슬 하게 스쳐 지난 바람은 날쌘 제비갈매기의 비행처럼 세찬 공중제비를 돌다,

어느 순간 느닷없이 해수면을 향하여 아래로, 직각으로 힘차게 내려 꽂히고 말았다.

 

결국 그토록 긴장되어 팽팽하게 유지되던 장력마저도 산산이 부서져 나갔던 것이다.

 

마침내 바다는 바스라져내리며 그 여린 속살을 드러내 보이고

나는 마치 모세의 뒤를 쫒아온 애굽의 바로(파라오)처럼,

바스라지며 흩어지듯 갈라지는 바다의 투명한 속살을 향하여, 검은 심연을 향하여,

거칠게 병거를 몰아치며 달려들고 말았다.

 

하늘에서는 해와 달과 함께 돌고래의 별자리가 생동감 있게 헤엄을 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