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불꽃축제(林檎火祭)와 남십자성(南十字星)
2016.01.06. 作 (드라마 도깨비에 등장한 대사의 원작)
나는 다육이가 되고 싶다.
도톰한 잎사귀에 주인이 흘려준 물 몇 방울로
몇 주일이고 싱그러움을 유지할 수 있는 다육이가 되고 싶다.
작고 아기자기한
화분이라는 용어를 쓰기에 미안한 흰 도자기 그릇에 담겨져
한가한 시간대에 주인의 하염없는 사랑의 시선을 받는 다육이가 되고 싶다.
주인이 어느 날 오후에 틀어놓은
잔잔한 음악의 선율과도 같은 고요한 마음이 담긴 다육이가 되고 싶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초록빛깔 무간지옥 속에 나의 자아를 담고 싶다.
내가 심어진 토양이
그곳에 너의 사랑이 없더라도 무관한 일이다.
시장에서 펄라이트를 사와 채워 넣어주지 않더라도,
꼭 고운 모래들과 가는 흙을 섞어 넣어주지 않더라도,
분재용 마사토며 모양내기에 적합한 색돌 들을 그 이름들을
네가 알아주지 않는다 할지라도,
심지어
네가 사용하던 머그잔에 구멍을 뚫어
그 구멍에 거름망이며 작은 플라스틱 격자를 넣어주지 않아
모래와 물이 조금씩 새어나가게 된다 할지라도,
네가 물을 너무 많이 주어도
또 주지 않아도
잡초들이 흰 조약돌 사이로 삐죽 고개를 내밀어도
나는 하염없이 너의 옆에 있을 수 있기만을 바라고 또 바랄 것이니
아니, 나는 그냥 다육이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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