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의 바위 사막(Rock desert of sorrow)
슬픔의 바위 사막 제 4편(Rock desert of sorrow part. 4)
거대한 사막,
풀 한포기 자라나지 않는 바위들의 황무지
얼어붙은 태양은 눈물만을 얼릴 뿐 아니라
사막의 기후를 불가사의하게 바꾸어 놓았어.
이곳은 사막이지만 어떤 때는 무척 덥고
어떤 때는 무척 추워
바람이 미친 듯이 불어오기도 하고
하루 종일 비가내리기도 했지
황량한 사막의 어느 한 공간에서
기하학적 구조의 그 미로는
평면구조의 라비린토스보다도 더 복잡한 것 같은
도저히 인지의 간격을 가늠하기 힘든 돌의 미로,
그 밤하늘의 별처럼 많은 눈물들의 머리 위로
미지의 검푸른 용이 악마의 날개를 하늘 가득히 펼친 것 같은
그 검푸른 나래로 세상을 떠받치는 것 같은
선명한 코발트블루 빛의 시리도록 투명한 하늘 가득히
내가 지금까지 보았던 그 어떤 무지개보다도 더 아름다운
세상에 있을 것 같지 않은 가장 몽환적인 무지개 하나가
그 무지개만큼이나 변화무쌍한 기후의 사막의 하늘을 수놓았고
나는 그것을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었어,
그것은 어떤 불가사의한 신적 존재의
그가 세상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느껴왔던
어떤 고뇌와 감정의 변화를 담고 있었어.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은 불안감에
정상적인 사고를 진행하기가 힘들어질 만큼 숨이 가빠오기도 했고
상체 전체가 들썩거릴 만큼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고통을 느끼기도 했어
모든 절망과 죄악이 만들어낸 무수한 고통과
진정한 생의 환희로 이루어진 구원의 기쁨을
모조리 동시간대에 한꺼번에 느껴야만 하는 어떤 존재가 있어
초원을 달리는 육식동물이
마침내 도망치던 초식동물의 가녀린 목 줄기에
그 날카로운 송곳니를 박아 넣을 때
그 존재는 육식동물의 강렬한 성취감과 죽어가는 초식동물의 고통을 모두 느껴야만 해
먹는다는 것, 그것은 죽음과 고통과 눈물을 수반하는 행위
어떤 생명 하나가 죽지 않으면
절대로 다른 생명이 생을 유지할 수 없어
따라서 세상 전체에 살고 있는 그 모든 생명들은 우주의 운행과 함께
무수히 많은 고통과 무수히 많은 구원의 행복을 만들어 내야만 해
도대체 어떠한 강력한 의지가 있어야만
그것을 시작하려는 생각이라도 감히 떠올릴 수가 있는 것일까?
심지어
몇백억 년이라는 긴 시간을 견뎌내어가며
앞으로도 견디고자 하는 의지까지를 가지고서
실제로도 견디어낼 수가 있을까?
도대체
얼마나 간절한 믿음 이었던 것일까?
그 존재는 그것을 모두 한꺼번에 느껴야만 하는 거야
그리고 그것을 나도 어렴풋이 조금이나마 느끼게 되었던 거야
그 어느 것 하나조차도 실제로는 어떻게 하지도 못하는
그런 입장과 상태를 그저 믿음 하나만 가지고 견뎌오며
그렇게 채로 무한한 우주만큼 강제로 확장된 공감으로 인하여
사랑하는 모든 존재들이 겪어야만 하는 고통과 행복을
그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눈물과 웃음을 그 존재는 모조리 느껴야만 했던 거야
고작해야 어른 주먹 크기정도 밖에 되지 않는 내 심장은
내 주변의 사랑하는 사람 한 사람이 당하는 고통조차도 견디기가 힘들었지
한사람이 두 사람이 되고 세 사람이 되고 그것이 세상 전체로 확장 되던 날
나는 차라리 내 목에 칼을 꽂아 넣고야 말았어.
그런데 용기가 너무 없어서 기어이 칼날을 꽂아 넣고도
그것을 내려 그어버리기 까지 하지는 못했던 거야
나는 그토록 나약했고 사랑하는 사람들은 고통 받았어
그녀는 그리고 나는 마치 어린애처럼 투정을 부리는 것 같았어
내가 느끼는 이 고통을 너희들도 느껴 볼 것이냐고
자신에게 고통을 주는 존재들에게 거대한 바위사막의 전체를 느낄 수 있는
어떤 인지의 영역 전체를 하나의 자아로 국한하여 축소한 채로 선물해 버렸지
나와, 세상 전부에게 각기 다른 인지의 영역을 선물했던 거야
인간은 고결한 가치들을 쌓아 올려놓고
스스로의 의지로 그것들을 뭉개어 버렸어
소중한 것을 더럽히고 사랑하는 이를 짓밟고
타인을 속이고 죽이고 고통과 고문을 주었어.
도저히 맨 정신으로는 버틸 수도 없는 고통이라는 것을
야생의 짐승들이라면 먹을 의도가 아니라면
절대로 저지르지조차도 않을 지독한 죽음이라는 것을
차라리 그 고결한 가치들이 없었다면
느끼지도 못했을 지독한 수치심이라는 것을
감정이 없었다면 경험 할 수도 없었을 지독한 슬픔마저도
서로에게 저질러 버렸던 거야
그거 혹시 아니?
신이 우리에게 가해행동을 허락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가해 행동의 성립의 진짜 필요충분조건은 오로지 하나야
피해자의 절대적 침묵
고통의 전달의 완전 무결한 단절
그건 단지 신께서
우리만큼은 편하게 먹고 마시게 해주려 하다보니
어쩔수가 없이 범죄가 발생하더라도 내버려둘 수밖에 없었던
도저히 어떻게 해 볼 방법조차도 없는
단지 우리를 간절하게 믿고 기다릴 수밖에 없었던
신의 미필적 고의였어
우리가 잡아서 먹어야 하는 그 모든 생명들의
그 수많은 모든 고통을
신은 모두 느끼더라도
고의로 그것을 우리에게 전해주지는 않는
그런 문제라는 말이야
우리가 견뎌낼 재간이 없는 문제이니까
그런데 우리는
기어이 신의 그 간절했던 믿음을
정말로 배신하고야 말았던거야
신은 마침내 미쳐버렸고
세상은 미쳐버린 신의 분노 아래에서
아무것도 망가지지 않은 채로 지옥이 되어 버렸어
그것은 어떤 부추김에 의한 것
마치 악마의 속삭임처럼
욕망을 추구하는 어떤 속삭임들
인간은 나약했고 충동을 이겨내지 못했어.
고통과 슬픔은 계속 커져만 가고
신은 야생의 세계를 그리워하게 되었지
차라리 너희가 쌓아올린 그 고결한 가치들을 모조리 너희 손으로 없애버리고
너희는 차라리 야생의 세계로 되돌아가 버리라고
문명의 모든 이득을 철저하게 포기하라고
인간들을 유혹하고 있었어.
그렇게만 될 수 있다면 더 이상의 고통이 없어질 것 같았으니까
자신과 똑같이 생각하고 자신과 똑같이 감정을 느끼는 존재들이
자신보다 나약해서 자신에게 휘둘리고 나약하게 조종당하고
충동을 이겨내지 못하고 타락하며 서로에게 슬픔과 고통과 수치심을 주는 모습을
신은 더 이상 참아내기 힘들어진 거야.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랍시고 뭇 동물들의 머리꼭대기위에
그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모든 생물들과 식물들에게 저지르는 그 모든 방종들과 고통과 치욕들을
신은 도저히 감내할 수도 없었던 거야
어느날 누군가는 나에게 말했지,
내 안에서는 신생아처럼 자라나는 수치심이
그야말로 나날이 커져만 가고 있다고
다만 그는 신은 아니었어
정작 신은
모든 생명들과 감정과 생각으로 이루어진 그 모든 종류의 고통과 슬픔들을
그 모든 모욕과 수치심들을 모든 행복과 동시에 느껴야만 한다고
그자가 느끼는것이 가능한 그 어떠한 고통보다도
더 큰 고통을 더 큰 행복과 동시에 느끼며
동시에 고통받고
동시에 웃어야만 한다고
그보다 더 많이까지를
나는 도리어 그렇게 말해주고 싶었어
세상의 모든 시간과 장소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사건들을
강간을 당하며 울부짖어야만 하는 여자의 슬픔과
그 모든 행위들이 무제한적으로 벌어지는
무수한 시간과 장소속에서의 그 모든 악랄한 폭력들과
세상의 모든 억울함과
모든 병자들의 모든 고통과
썩어 들어가는 환부에서 흘러나오는 피고름들,
몸통이 반쯤 잘린 채로
신비하리만치 푸른 빛깔의 생혈을 채취당하다가
태반이 살아보지도 못하고 죽어야만 하는
실험실속의 투구 게의 고통과
갖가지 생체실험을 당해야하는 실험용 흰쥐들이
몸뚱어리에 사람의 귀와 코가 자라나고
강제로 종양이 자라나고
죽고 고통 받는 그 모든 사건들을
인간의 아기들과 행복한 가정들이 먹고 마시며 하하 호호 웃을 때
그 모두를 동시에 느껴야만 했던 거야
731부대의 생체실험실의 고통 까지도
그 이상 까지도...
멸종 직전까지 잔혹하게 학살당해야 했던 남극대륙의 자녀들
거대한 고래들의 꿈같은 로망들에 대한 인간의 잔혹한 학살들까지
모조리 다
혹시 너희는 웃는 얼굴로 화난 목소리 낼 수 있니?
아니면 슬픈 얼굴로 웃을 수는 있니?
신은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동시간대에 수많은 장소에서 벌어지는 모든 감정들의 총합을
고스란히 하나도 거르지 않고 모조리 느껴버리는 거야
그 거대하고 몽환적인 무지개가 보여주는 총체적인 감정들의 격류 속에서
나는 나의 신을 구원하고 싶었어.
하지만 나라고 하는 나약한 한명의 인간에게는 불가능한 일이었지
그래서일까?
신은 생각했어.
차라리 인간에게 생각이 없었다면
차라리 인간에게 감정이 없었다면
차라리 인간에게 소중한 값어치가 없었다면
차라리 인간에게 고결한 가치관조차도 없었다면
그랬다면 마치 야생의 세계처럼 단순하게 살게 되지 않을까?
신은 고민하고 실험을 해보았던 거야
내가 보았던 그 무지개는 신과 세상 전부가
세상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모두가 느껴온 지독하리만치 생생한
그 모든 감정이 모든 순간과 사건 속에 얽혀있는,
수 없이 많은 감정 그 자체와 그 감정들이
오히려 현실보다도 더 생생한 느낌으로
나의 마음속에 직접적이고도 강제적인 방법으로 휘몰아치는,
인위적으로 내 마음 안에 실제로 만들어진
어떤 변화의 물결들의 총 합이었어
결국 나는 그 감정의 억만 분의 일도 제대로 느껴보지 못하고
내가 구원코자 하였던 나의 여신에게 차라리 나를 죽여 달라고
도리어 죽음을 구걸할 수밖에 없었던 거야
이 세상의 그 누구보다도 더 간절하게 구원을 받기를 바라는 나의 여신에게
차라리 나를 죽여 달라고 도리어 구원을 요청할 수밖에 없었던 거야
그 모든 사건들은 마치 죽기 전에 머릿속을 지나친다는 주마등처럼
내 인생의 어느 한 순간에 나를 덮쳐왔고
나는 이 사막 안에서
그 어떠한 진실한 감정도 먹지 못한 채
지나치게 오랜 시간을 방황해야만 했어.
내 몸은 먹지 못한 감정들이 빼앗아간
실제의 육신을 구성해야 할 영양분들로 인하여
물을 주지 않은 화초처럼 바짝 말라버렸고
거의 죽음을 눈앞에 둔 것처럼 쇠락하고 말았어
그리움의 보석 하나를 손에 든 채로
나는 추운 밤을 견딜 거처가 필요해 질 때마다
그리움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고
차가운 태양이 지평선 아래로 떨어져 내렸어도
태양이 세상에 뿌린 차가운 빛
그 모든 미움들이 어두운 세상에 남아
내가 흘린 모든 눈물들을 쓸모없는 돌멩이로 만들고 나면
그 눈물들로 힘겹게 거처를 만들며 간신히 쉬기를 반복했어
지쳐 쓰러진 몸뚱어리로
그리움을 핑계 삼아 만든 쓸모없는 돌멩이들 사이에서
간신히 누워 쪽잠을 자고는 했어
새하얗게 빛나는 신비로우리만치 눈부신 셀레네가 내려다보는
천장이 없는 작은 돌담의 안쪽에서
새근, 새근 잠이 들고는 했어
아리아드네가 미노스 왕이 가두어버린 첨탑의 꼭대기에서
자신의 연인 테세우스가 자신이 내려준 실을 길잡이 삼아
그 어둡고 복잡한 라비린토스의 내부에서
마침내 자신의 오빠 괴물 미노타우로스를 찾아내어 자신이 선물한 칼로
자신의 괴물 같은 오라비의 숨통을 끊어내는 장면을 바라볼 때 비로소 입가에 지었다는
대 미궁 라비린토스를 드높은 첨탑의 꼭대기에서 발 아래로 내려다보며 얼굴에 희미하게 떠올렸다는,
하늘을 찌를 듯이 높은 그곳에서 세상을 내려다보며 얼굴 가득히 지었다는
모든 슬픔과 모든 기쁨이 공존한다는 그 신비로운 미소처럼
셀레네는,
내가 그리움을 핑계 삼아 차가운 태양아래 만들어낸
그 모든 의미들이 변질되어 쓸모없는 돌멩이로 변해버린
내 눈물들로 만들어진 거처 안에서
내가 곤히 잠들어있는 모습을
내가 다시 깨어날 때 까지
몇 시간이고 나를 지키며 내려다보고 있었어.
아리아드네의 미소 같은 빛을 뿌려주고 있었어.
긴 밤이 지나고 나는 다시 길을 걸었어.
오랜 시간을 걸으며 많은 것을 보았지
대부분은 스스로의 눈물에 깔려 죽어버린
거대한 돌무덤들 이었어.
돌무덤들은 세상의 수많은 사건들이 급격하게 변화 하고 굽이치는 어느 지점에서
순간적으로 사람 하나를 깔아뭉갤 듯이 만들어져 버리고
자연 재해처럼 자신을 덮쳐오는 자신의 눈물이 변질된 바윗덩이들의 습격 아래에서
인간은 나약하게 스러지며 깔려 죽어버리기 일쑤였지
그 모든 죽음의 지점들을 지나쳐 오며
나의 마음들도 여러 시간과 여러 지점에서
그렇게 돌무덤들을 남기며 죽은 시체를 남기고 길을 떠나야만 했어
도대체 나의 마음이 몇 번을 죽었는지
나조차도 헤아리기 어려운
그 수많은 돌무덤들은
내가 잠들어있던 머리맡 베게 앞까지 징검다리처럼 점점이 이어져 왔고
이 거대한 사막의 어느 지점과 어느 순간들 사이에
나는 그것들을 꿈처럼 남겨놓고 걸어왔던 것 같아.
차가운 태양이
얼어붙은 채 불타오르는 저주받을 태양이
그 요사스럽고 괴기스러운 빛으로
사람들이 흘린 눈물을 모조리 얼려서
커다란 바위로 만들어버리는 이곳에서
주체할 수 없는 슬픔을 견디지 못하면
스스로가 흘린 눈물이
그렇게 스스로의 마음을 해일처럼 덮쳐와
무간지옥 같은 무덤을 묘비삼아
스스로의 마음이 죽게 되는 거야
눈물을 필요한 만큼 흘릴 줄 알아야
추운 밤을 견딜 집을 지을 수 있어
그런 눈물조차 흘리지 못하는 자들은
다른 이들이 흘린 눈물을 빼앗아야만 하지
나는 내가 흘린 값진 눈물들을 지키기 위해 싸워야 했어
눈물을 흘리는 것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있어
서로의 감정과 감정이 충돌하는 어느 지점에서
눈물 한 방울이 반드시 필요해지는 어떤 지점이 세상에는 기필코 존재 해
그것이 바로 필요에 의한 눈물이야
나는 언제나 바로 그 필요에 의한 눈물을 아낌없이 흘려 왔어
신은 나에게 바로 그 눈물을
그야말로 마지막의 한 방울까지 어떻게든 더 쥐어짜내 보라고 요구하지만
그것은 내생각에는 불필요한 일 이었어
그것은 내생각에는 신의 의도는 분명히 아니었어
사실 내가 그 시점을 넘어본 일은 없기 때문에
그것은 어디까지나 내 인지영역의 바깥의 사건들일 뿐이야
그런데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녀가 요구하는 그 영역을 아무리 넘어가려 해도
정작 내가 그것을 넘어 본 적은 없었어
사실 이 필요에 의한 눈물이 진정으로 아름다워지는 시점이라는 것은
어떤 객관적인 기준을 잡을 수가 없는 모호한 영역이야
그것은 실제적 결과의 도출만으로 평가될 뿐이지만
그것이 전부이기만 한 것조차도 아니야
마치 이곳 슬픔의 바위 사막의 진짜 넓이가
도대체 얼마만큼 인지를 아무도 가늠할 수가 없는 것처럼
이 눈물들은
사실은 우리가 눈물이라고 인지조차도 할 수 없는
어떤 따스한 호의가
스스로의 가슴속에 내포되어있어야만 흘릴 수 있는
아주 작은 눈물들로부터 모든 변화가 시작 돼
이 눈물을 흘리는 것을 거리껴 하지 않아야만이
우리 모두는 완벽한 서로간의 호의에 도달 할 수 있어
그런데 어느 누군가는
이 한 방울의 눈물을 절대로 흘리지 않아
지름길로 질러가면 된다고
빼앗아서 차지하면 그만이라고
한 방울의 눈물을 흘리는 누군가에게
그저 단지 모욕과 수치심을 안겨주며
자신은 그를 제치고 지름길로 달려가 버리면 그만이라고
분명한 사실들 중의 가장 중요한 사실 한 가지는
나는 이 필요에 의한 한 방울의 눈물을 반드시 지켜야만 했던 거야
그러지 않는다면 나의 생이 그 의미가 없어지고
나 역시도 그들과 같은 사람이 되어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통을 주어야만 하거든
필요에 의한 눈물이 생겨나는 지점은 분명히 말했지만
우리의 감정과 감정의 교류의 어느 지점에서
자아와 자아의 경계면이 조심스레 충돌하는 어느 지점이야
바로 그 지점에서 정말로 눈물을 흘릴 필요가 생긴 사람이
이 눈물을 흘리는 것을 막상 거부하게 되면
상대편의 사람이 강제로 이 눈물을 흘려야만 하고
그것은 수치심이나 모욕, 속임수나 따돌림, 심지어 폭력으로까지 이어지게 되는
진짜 슬픔이 생겨나는 사건으로 모든 것이 귀결되어버리는 진짜 원죄의 원인이 돼
그래서 나는 언제나 이 한 방울의 눈물을 흘리는 것을 결코 거부하지 않았어.
내가 흘리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흘려야 하는 눈물이 되는 것이고
그것은 내가 상대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니까
그런데 이곳 슬픔의 바위 사막에서는
어떤 차디찬 태양 하나가
이 모든 눈물을 의미 없는 돌멩이로 강제로 바꾸어버리고
그 의미를 변질시켜 눈물을 쓸모없는 돌덩어리로 바꾸어 버리는 거야.
그래서
나는 내가 흘린 눈물이 그 의미가 변질 되어
결국 정말로 쓸모없는 돌덩어리로 바뀌어버린 이후에도
그것이 지독하리만치 소중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던 거야
나의 가슴이 완전히 타버리고 탄화 된 숯 덩어리가 부서져 내린 듯한
고운 재의 가루들로 이루어진 무덤 위에 누워 잠이 들었을 때도
나락의 버스를 타고 이곳 슬픔의 바위사막으로 진입하게 되었을 때도
그 재 가루 하나 하나가 바로 이 돌덩어리와 같은 무게의 값어치를 가지고 있었던 거야
슬픔을 모르는 자들
오로지 기쁨과 분노만을 인정하는 자들
따스한 온정 보다는 승리와 쟁취에 보다 더 큰 무게를 두는 자들은
오로지 부수고 때리고 빼앗고 강탈하며 소유 그 자체에 모든 목적을 두지
그거 알아?
그 어떤 강력한 권력자가 나약한 왕을 때려죽이고
단숨에 권좌를 차지하더라도
그 강대한 권력자가 나이가 들어 또 다른 권력자에게 자리를 빼앗겨도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
세상은 언제나 제자리일 뿐이고
우리는 언제나 슬프기만 할 뿐이지
바뀌는 것이 없다는 것
그것이 바로 모래시계의 정체이고
그것이 모든 악의 근원이야
바뀌지를 않으니까
바꾸어야만 해
그렇지 않는다면
그것은 단지 그 권자의 소유주만이 바뀌게 되는 사건일 뿐이야
만약 내가 그들과 같은 방법으로
누군가를 쟁취하고 소유하고 겁박하고
누군가에게 모욕과 수치심을 주게 된다면
그것 역시도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거야
세상은 여전히 슬프게 되는 거라고
어떤 신이 지정한 그 목표물을 내가 쟁취 한다고 해서 모든 것이 바뀌는 것이 아니야
그것은 단지 내가 어떠한 순간과 시간과 감정과 인격을 소유하게 되는 사건일 뿐이지
세상에 어떤 변화를 줄 수 있는 유의미한 무엇인가가 될 수가 없어.
여전히 세상은 무언가로 인하여 눈물이 강물처럼 흐르게 될 것이고
내가 소유하게 되는 그 인격이라는 것은 나로 인하여 고통을 받고 눈물 흘리게 될 거야
그리고 나의 자아는 변해버린 나의 모습에 구역질을 구토조차도 해버릴 새도 없이
변해버린 자아에 적응해 버리게 되겠지
나는 바로 그 이유로 인하여
단지 쓸모없는 돌덩어리에 지나지 않는
이 필요에 의한 눈물을 반드시 지켜내기 위해
세상 전체와 처절하게 싸울 수밖에 없었고
그 모든 눈물과 모욕과 수치심을 감내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며
이 눈물들이 의미가 변질되어
정말로 조롱과 경멸의 대상으로 바뀌어야만 했었던
어떤 지독하게 슬펐던 시간과 장소 속에서도
어떤 선 만큼은 절대로 넘지 않았던 거야
나는 정말로 많은 시간동안을
살아오고 죽어가며 죽었고 부활 했으며
바보가 되었고 머저리가 되었으며
가장 지독한 모욕을 감내 해야만 했어
내가 참지 못 하고 그 선을 넘어버리게 되면
나도 똑같은 놈이 되어버릴 테니까
그게 바로 내가 이 사막을 걸어오며
내가 흘린 눈물들에 깔려 죽어버린
내 감정의 시체들을 화석들과 함께 남겨놓고 되돌아온
슬픔의 바위 무덤들의 어느 지점들이야
그곳은 이제 내가 다시는 들어갈 수 없는 미지의 영역으로 바뀌어 버렸고
그래서 나는 그 지점을 이탈하여 다른 곳에서 또다시 눈물을 흘리고
얼어붙은 태양 아래에서 내가 쏟아낸 감정들에게 나 스스로가 깔려 죽으며
나의 감정의 화석들을 그 지점에 나의 시체라고 남겨 놓고 되돌아 왔던 거야
결국 나는
그야말로 쓸모없는 돌멩이로 바뀌어버리기 까지한
그 눈물 한 방울 만이라도 지켜보겠다고
수 많은 사람들과 싸우고 다투고 서로를 미워해야만 했어.
믿음이라는 나침반을 잃어버린 채
얼마나 걸었을까
풀 한포기 자라지 않는 사막을 건너
나는 눈물로 이루어진 거대한 도시를 만났어.
건물이며 도로며 사람들이 이용하는 모든 것들이
전부 그들이 흘린 눈물로 이루어진 것들이야
그곳의 사람들은 모두 믿음을 잃어버린 사람들이야
그래서 도시 밖으로 멀리 나갈 수는 없어
다시 돌아올 수 없으니까
그들은 홀로 싸우는 대신 함께 뭉쳐 서로를 보호하지
거대한 바위 사막 한가운데
비가와도 모두 바위틈으로 스며들어버리는 이곳에서
그들은 스스로 흘린 눈물을 부수고,
곱게 빻아서 밭을 만들었어.
저수지도 만들었지
너무나 슬퍼서
우리는 서로를 믿을 수가 있는 방법을
반드시 찾아내어야만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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