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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바위 사막

쇠나무에 꽃이 피다. fin.

쇠나무에 꽃이 피다. fin.

 

 

 

 

휴거헐거(休去歇去) 철목개화(鐵木開花)*

 

 

나는 쇳덩이에 피어나기를 소망하는

가녀린 선모(腺毛)에 새벽이슬 가득 머금은

연보랏빛 나도송이풀의 꽃이다.

 

 

나의 지난 생애란 차가운 금속에 뿌리를 내리고

수분이 없는 영양분으로 꽃을 피우는 것이었다.

 

 

살점을 뜯어먹을만큼 차가운 쇳덩이 위에

나는 뿌리를 내렸다.

 

 

실바람같은 사소한 움직임에도

그 가녀린 선모(腺毛)에

홀로라도 진정 어린 소망을 담아 실어보내야 했던

기나긴 고독이었다.

 

 

전날 태양이 땅거미를 내리기부터

얼음송곳이 모든 찰나의 순간을 찔러들어오는,

뾰족하기 짝이없는 사특한 마음의 밤을 지나

시리고 차가운 새벽의 박명속에서 매일을 기다려온,

 

 

하루가 일년 같았던

수 많았던 어두운 밤의 빛깔을 닮은

연보랏빛 가녀린 작은 꽃망울이다

 

 

마침내 죽은 선모(腺毛)에 이슬이 꽃이 될 햇살이 내리면,

 

 

나는 영원한 안식 앞에 아무런 두려움 없이

죽어 쇠가 되어 녹이 슬어 붉게 물든 나무에 다시 한 번 꽃을 피운다.

 

 

차가운 쇳덩이에 생명을 불살라 마침내 꽃이 피어나면

사랑하는 임이여 그대의 눈물 모두 내가 거둘 수 있게 해 주오.

 

 

적(赤), 청(靑), 황(黃), 백(白), 흑(黑) 수려한 금문(錦紋)양식

봉황문(鳳凰文) 오색으로 물든 드높은 단청(丹靑) 처마지붕 아래로

산악처럼 피어나는 한 그루의 나무에 뿌리를 내려

나의 뿌리와 줄기와 가지와 잎과 꽃으로

그대의 눈물을 모두 마시어

영원토록 꽃을 피고 지우리니.

 

 

남아일생(男兒一生)

쇠나무에 새로운 가지를 접목하여 불사르리다.

 

 

임이여 눈물 흘리지 마오.

나무가 더 이상 산 것이 아니라

차가운 쇠가 되어도

 

 

꽃은 변함없이 피어나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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