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의 문을 두드리다. Fin.
Knock on the door to your Chest
슬픔의 바위 사막 외전外典 第 22 篇
Abduction of the “Rock desert of sorrow” part. 22
Renewal 作
구월의 따사로운 햇살이 한가로운 버스정류장을 사선으로 침범하여
평화로이 놓여있는 몇 개인가의 의자위에 앉아
오가는 행인의 줄에 매인 강아지와 소통하며
하염없는 기다림을 감내하는 나의 어깨를 가만히 어루만지듯
어긋남이란 인식할 수 없는 접점에서 교차하여
마치 햇살과 나의 조우처럼 무심히 스쳐지나가고
서로가 서로에게 한 번쯤 한 마디씩 하고는 한다.
“내가 기다려 온 것은 네가 아니야”
사실 내가 간절하게 기다려왔던 단 하나의 해후의 대상이
그날 그토록 찬란하고 아름다웠던 구월의 햇살이 아니었던 것은 맞다.
심지어 그 버스정류장 맞은편에 보이던 야트막한 동산도
동산의 좌우로 시야의 제한조차 없이, 모든 것이 허무하게 사라져버린 듯한,
그야말로 아득하게 펼쳐져 있던 광대무량 한 지평선도
또한 그렇게 함께 황금빛으로 찬란하게 불타오르기 시작한 이름 모를 초목지와
역시 그 이름을 알 길이 없는 수많은 종류의 야생초들의 군락지들과
붉은 빛으로 빛나는 갈대와 억새, 코스모스 따위들과,
지평선이라고 하는, 끝없이 드넓은 시야 가득히 난처할 만큼 정직하고 올곧은,
거대하기 짝이 없는 규모의 온통 직선으로만 가득 채워진 어떤 기준이 되는 가냘프고 검은 이상적인 선 線 의, 위로
그 기준이 되는 면, 또는 선에 대하여서 때로는 직각으로 때로는 사선으로, 때로는 곡선으로,
마치 가시가 돋아나듯이, 기하학적구조의 검은 미지의 촉수들이 검은 터럭들처럼 돋아나와 삐죽 삐죽 자라난,
그 모양으로는 도저히 온화한 지면과의 강력한 정면충돌과 극심한 다툼을 도저히 피할 길이 없는 무수한 키 작은 검고 가녀린 나무들에게,
마치 검은 터럭들 같은 그 가느다란 선과 같은 나뭇가지들에게,
황혼이라고 하는,
지독하리만치 아름다운 불꽃이 옮겨 붙어 눈이 부시도록 찬란하고 아름답게 불타오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코 그 불꽃과 나무들이 타들어가 사그라들어 재로 변하지는 않게 하는 진정한 신의 기적도,
마침내
짙고 검은 미지의 어둠의 모습으로 태고의 흑암 같은 땅거미가 내려앉으며,
그 어둠과 함께 젖어 들어오는 다종다양한 풀벌레들의 각양각색의 울음소리들과,
그것들이 밤 이라고 하는 태초의 고요에 차츰 차츰 물들어가듯이 고즈넉하게 울려 퍼지게 되는 것조차도,
모두 내가 기다려왔던 것은 아니었다.
물론,
그날 그 구월의 햇살 역시도 가슴을 졸이며 나를 기다려왔는지는 도무지 알 길이 없다.
그것은 내가 거절당할까봐 애간장을 새까맣게 태워가며
간절하게 누군가를 기다려왔던 지난 시간들과는 완전히 무관한 일이다.
단지 햇살은 아무 말 없이, 말을 아끼며,
나의 오른 방향으로,
버스정류장에 비친 유리창의 너머로 조심스럽게 지평선을 넘었을 뿐이다.
황혼을 투과하는 버스정류장 유리창
투명하여 빛으로부터 유리流離* 된 침묵의 벽을 따라
희로애락은 모두 불타오르는 추억이 되어
다가오는 밤을 향해 막힌 둑을 터뜨려 오열嗚咽을 방류하고
반근착절盤根錯節
흐르는 별빛들은 수많은 지류들로 흩어져
동양여인의 눈동자 속에 숨어있는 어둠만큼이나
맑고 깊은 하늘 가득히 역동적으로 굽이치는데,
겨울 지나 초봄의 길목에서 바람이 바뀌고 계절의 마음이 바뀌면
채 쌀쌀한 기운 가시지 않은 날씨에 이름 모를 나뭇가지 꽃눈 틔우듯,
그 열기에 녹은 얼음 사이로 시리도록 맑은 하늘이 흐르는 것처럼,
서리가 내리고 어둠만이 흐르는 행성의 두터운 지표면 아래에서
태초부터 쌓여온 겹겹의 지층 속에서 그대로 화석이 되어버린 채로 맥동하며 살아 숨쉬는
오래된 알 껍질 속 작고 아름다운 아기공룡의 그보다 더 작은 심장만큼만 두근거리는 일
* 유리 流離 따로 떨어져 이곳저곳을 헤매인다는 의미입니다.
* ‘녹은 얼음 사이로 흐르는 맑은 하늘’ 이라는 표현은 짙은 이라는 밴드의 December 라는 노래가사의 의미를 재창조한 표현입니다.
* ‘서리가 내리고 어둠만이 흐르는 거대한 행성의 두터운 지표면 아래’ 라는 표현은 ‘페퍼톤즈’ 라는 락밴드의 ‘Fake Travler 라는 노래의 2절에 나오는 가사를 재창조한 표현입니다.
* 신은 아마도
이 시에 표현 된 우리의 마음의 모든 엇갈림 속에서
타인의 가슴의 문을 두드리는 것은 나의 작은 심장뿐이라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아주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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