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이 항상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 하편 下篇(Fate is always passed questions at us. the third volume)
슬픔의 바위 사막 제 21편(Rock desert of sorrow part. 21)
부제副題(Subtitle) - 소망의 검所望之劍(The sword of the wish)
기나긴 각자의 삶이
서로 다른 악기처럼 상반된 선율로 흐르다가
마침내 하모니를 이루기 직전인 것처럼
시간이 멈춰버린 우주공간속을
세찬 격류처럼 흐르는 세계의 주마등(走馬燈) 속에서
마녀와 대장장이가 서로를 마주하게 되었어.
마녀의 가슴속을 흐르는 그 격한 감동이
마치 그들 사이로 흐르는 광대한 우주의 기억과
하나도 다를 것이 없었지
하지만
마녀는 차마 대장장이에게
자신의 사랑을 표현 할 수 없었어.
그는 지금
자신이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한 사람과
이제 막 결별을 한 상태거든
피로한 표정의 대장장이
그리움의 주인공과 마주하던 그 앳된 소년의 얼굴이 사라진 자리에
고독이 창문 넘어온 달빛처럼 배어있는 남자의 실루엣이
살짝 올라간 입 꼬리
자조(自嘲) 섞인 표정에 스며들고
숨 막힐 것 같은 침묵을 깨고
대장장이가 마녀에게 질문했어.
“만월(滿月)처럼 아름다운 아가씨
당신의 호의에 감사합니다.
나의 모든 고민과 고뇌
지독한 사랑의 열병이
이제 나에게서 비켜나려 하는 것 같군요.
이 고독한 나만의 공간에서
나는 결심 했었습니다.
이대로 나의 삶을 종식시키기로
나의 세계를 여기에서 그만 닫아버리기로
나를 시해(弑害) 함으로써
나의 세상을 시해하기로
나를 둘러싼 그 모든 유의미한 것들을
무의미한 것으로 바꾸어버리기로 말입니다
그런 나에게
당신은 내가 그토록 바라고 갈망하던
그녀의 한줄기 미소
나를 향한 따스한 한마디의 말
가장 부드러운 한조각의 호의를
나에게 선물해 주었습니다.
나 자신 스스로는 결코 찾아갈 엄두가 나지 않던
그녀와 나 사이의 우주적인 거리를 좁혀서
한 발자국 거리까지 서로 다가오도록 해주었습니다.
비록 내가 그 최후의 한 발자국을 내딛을 수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당신의 호의를
그 은혜를 무시해서는 안 되겠지요.
무언가 당신에게 보답을 해 주고 싶습니다.
나에게 바라는 것이 있습니까?“
그것은 아마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질문 이었을 거야.
죽도록 사랑하는 남자는
결코 자신을 사랑하고 있지 않는데
그 남자가 자신에게 무언가 바라는 것이 없냐고 질문해오면
‘내가 죽도록 당신을 사랑하고 있어요.’
라고 대답해야 하나?
마녀의 목젖 바로 한 치 아래에서
끝끝내 목구멍 밖으로 튀어나오지 못한
결실을 맺지 못한 낭화(浪花)
전 우주의 지배자
운명의 앞에서도 당당했던 용감한 소녀
마녀도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그저 한낱 여인
수줍음에 어쩔 줄 모르는
가장 순수한 소녀
전 우주가 운명이라는 이름으로 그녀의 의지를 강제할 때조차도
그녀는 그 어떤 이야기속의 용사보다도 용감하고 지혜로웠지만
대장장이의 앞에서는 바람결에 흩날리는 갈대와 다를 바 없었지
떨리는 목소리로 겨우 한마디를 꺼냈어.
“일단 우리 이 장소에서 나가도록 해요”
초라하게 피어난 백일몽의 불꽃 속에
냉혹한 태양의 조각이 스며들고
이내 첫눈의 설렘이 안개처럼 흐르던
몽환의 숲은 사라지고
가장 처참한 인세의 지옥도가
멈춰진 시간아래 정지된 장면으로 온 세상 가득히 펼쳐진
슬픔의 바위사막으로 바뀌었어.
대장장이는,
자신이 발 딛고 있는 대지에
무릎 꿇고 입맞춤을 하고 있었어.
눈물 흘리고 있었지
슬픔의 바위사막을 지배하는
냉혹한 태양조차도
결코 그것을
쓸모없는 바위로 만들지 못했어.
진정으로 뜨거운 한 방울의 눈물
마녀는 문득 아다만타이트 지팡이가 생각났어.
‘그래,
그에게 무언가 일거리를 주자
이 멈추어버린 시공간이 언제다시 움직일지 알 수 없지만
정지된 세상 속에서 그의 모든 감정을 소모시키자‘
“당신에게 부탁이 하나 있어요.”
대장장이가 마녀를 뒤 돌아보았어
마녀는 아다만타이트 지팡이를 그에게 내밀며 말했어.
“내가 당신을 찾아온 것은 바로 이것 때문이에요
이것의 이름은 아다만타이트
이 세상에서 가장 단단하고
그 어떤 마법의 불로도 제련할 수 없는
진귀한 마법의 금속이에요
하지만
누구도 제련할 수 없는 단단함은
저에겐 아무 쓸모가 없는 단단한 몽둥이에 불과할 뿐이죠.
나는 마녀에요
이것으로 마법의 무구를 만들기를 원해요
당신이 가지고 있는 소망의 불꽃과
분노의 망치
인내의 모루라면
그것들이라면
어쩌면 이 쓸모없는 배타성의 극의
가장 불연속적인 이 물질에
마법적인 힘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도 모르죠.
나의 부탁을 들어줄 수 있나요?“
결코 진심이 아닌 부탁에
대장장이는 고개를 끄덕였어
그리하여
정지된 세상 속에서
고독한 망치질이 시작되었지
대장장이는
진정으로 자신이 소망하던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고
그 힘으로 소망의 불꽃을 최고로 뜨겁게 타오르게 만들었지
필생의 열정을 다해 풀무질을 하여
불꽃을 더욱 거세게 만들었어.
한사람의 의지로 우주를 뒤흔든 유일한 소망이
그만큼의 열정의 날개를 달아 불꽃이 되어 타오르고
이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물질
그 무엇에도 결코 변화 하지 않는다는
허구(虛構)의 영원불멸(令媛不滅)성이
점차로 붉게 달아올랐어.
마침내 태양처럼 빛나는 달아오른 아다만타이트를
이 세상 그 어느 누구라 해도
다시는 발휘 할 수 없는 인내심의 위에 올려놓고
결코 두 번 다시 타오를 수 없는 분노의 불꽃으로
온 힘을 다해 내려치기 시작한 거야.
내려치고, 내려치고 내려치다
식으면 다시 소망으로 달구고
열정으로 불을 지피고
다시 내려치고, 내려치고, 내려치고
‘이제 그녀도 떠나갔고
나에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고
진정 내가 바랐던
그 모든 비원(悲願)이 모두 이루어졌음에
이제 나에게 남은 것은 하나뿐이구나
떠나가자
처음 우리의 사랑이 이루어질 수 없음을 직감했을 때
기어코 스스로의 목에 차가운 칼을 꽂아 넣었던 그 마음
그 순간의 바람을
이제 현실로 이루어 내자‘
대장장이는 힘차게 열정의 풀무를 움직였어
소망의 불꽃이 새파랗게 타오르기 시작하면서
마녀의 아다만타이트를 제련하고 있었지.
그 때 운명이 대장장이에게 이야기 했어
“너는 결국 네가 바랐던 대로
그녀에게 너의 젊음을 온전히 건네어 주었다.“
왈칵 쏟아지는 대장장이의 눈물
눈물은 하염없이 쏟아져 내려
대장장이는 도저히 슬픔을 참지 못하고
자신의 어깨를 들썩거렸어
대장장이는 자문했어.
‘나 잘 한 거 맞는 거지?’
애석하게도 운명은 더 이상 대장장이에게 말을 걸지 않았어.
눈물은 하염없이 흐르고 망치질은 결코 멈추지 않았지
마치 스스로를 제련하고 담금질 하듯이
대장장이는 자신의 모든 것을 담을 기세로
마녀의 아다만타이트를 제련했어.
그랬어.
그는 그녀를 사랑하던 그 마음 그대로를 투영하여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물질을 녹였고
흐르는 눈물은 더 이상 냉혹한 태양아래 바위가 되지 않고
그 순결한 빛깔 그대로 대지를 향해 떨어져 내렸어.
그는 정말 미친 듯이 울었어.
도저히 멈추지 않을 것만 같은 눈물을
하루 종일 몇 날 몇일을 흘렸지.
그동안 이 슬픔의 바위사막에서
눈물에 깔려 죽을까봐 숨죽여야 했던
그 모든 인고의 순간들이
올올이 눈물방울이 되어 흘러내렸어
더 이상 참을 필요가 없어진 해방감에
그는 마음껏, 실컷 울고 또 울었어.
멈추지 않는 눈물을 계속 흘리면서
대장장이는 검을 만들기 시작했어.
이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물질을 제련하여
그 어떤 불에도 녹지 않고
그 무엇으로도 파괴할 수 없고
그 무엇이든 베어낼 수 있는
불연속을 초월하여 연속성에 가까운 존재로
닿을 수 없는 거리에 닿을 수 있고
있을 수 없는 시간에 있을 수 있고
이룰 수 없는 사랑을 이룰 수 있는
이룰 수 없는 꿈을 이룰 수 있는
보이지 않아도 만져지지 않아도
세상을 베어낼 수 있는 검으로 만들려고 해
어쩌면 분노와 인내가 먼저 부서져 버릴지도 모르지만
이제는 그런 것 따위 아무렇지도 않아
이 검을 만들고 나면
어디론가 떠나가 버릴 테니까
소망의 불꽃도 꺼버리고
열정의 풀무도 치워버리고
분노도 인내도 놓아버리고
홀가분하게 떠나가려해
소망의 불꽃 속에서
아다만타이트는 마법의 금속이 되었어.
마력을 지닌 이의 소망을 현실로 만들어낼
강력한 마법의 매개체가 되었지
풀무질을 할 때마다
무한한 열정을 전달받고
인내의 모루 위에서
분노의 망치로 단조 되면서
검은 한없는 인내심과 분노를 전달 받았어
이제 그 무엇으로도 이 검을 상하게 할 수 없고
이세상의 그 무엇도 이 검의 분노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없게 되었지
검이 완성되자
자신의 모든 것을 검에게 빼앗긴
인내의 모루와 분노의 망치는
새하얀 먼지들처럼
바람결에 흩어져갔어
다시는 품지 못할 분노와
더 이상 발휘할 수 없는 인내심이
먼지처럼 바람결에 흩어져갔어
다시는 켜지지 않을 소망의 불꽃도
그 힘을 잃고 천천히 수그러들었어.
온 힘을 다해 움직인 열정의 풀무도
조각조각 부서져 내렸어.
대장장이는
더 이상 대장장이일 수 없었어.
마침내
소망도
열정도
인내도
분노도
그리고 그동안의 모든 눈물도
모두 먼지처럼 사라져 아무것도 남지 않았을 때
그 모든 일장춘몽(一場春夢)을 제 몸에 아로새긴
한 자루의 아름다운 검이 완성 되었어.
마녀가 검을 받아들었어
“소망의 검,
이 검을 소망의 검이라 부르겠어요.“
무한한 열정을 품은 검
자신을 손에 쥔 이가 소망하는 것을
현실로 바꿀 수 있는 기적을 발휘할 수 있는 검
보일 듯 말듯 반투명한
자신을 손에 쥔 이가 소망하는 그 모든 것을
현실에 구현 시킬 수 있는 최강의 아티팩트Artefact
대장장이가 살아오며 만들어낸 최고의 걸작품.
마녀는 소망의 검을 받아들었어
그것은 롱소드longsword 형식의 아름다운 검
만질 수 없어 그 어떤 검집도 품을 수 없는 이상한 검
검이 품고 있는 파괴의 본능이 너무 강렬해
무엇으로 감싼다 해도 저를 품은 모든 것을 베어 버릴
난처할 정도로 올곧은 정직한 검
그 형체가 규정되어있지 않아
똑바로 바라보아 모습을 가늠하기가 결코 쉽지 않은
봄날의 아지랑이 같은 검
불가해(不可解)의 검신(劍身) 아래로
아름다운 문양이 돋보이는 가드gaurd
둥근 고리 형태의 폼멜pommel
검은 아름다웠어
소녀는 백일몽의 불꽃 속에 소망의 검을 납검(納劍) 했지
대장장이가 검을 만드는 동안
모래시계가 다시 흐르기 시작했고
슬픔의 바위 사막에
다시금 냉혹한 햇살이 떠올랐어.
찬란한 태양빛 아래
역동적인 아비규환(阿鼻叫喚)의 춤사위
그러나 누구도
마녀와 대장장이가 있는
소망의 화덕 근처로 다가올 수 없었어.
세상에 만연한 슬픔을 마주한 마녀가
한줄기 불꽃 속에서 피어난 소망의 검을 꺼내어
하늘위에 괴기스럽게 타오르는 냉혹한 태양을
그대로 갈라버렸어
전설속의 영웅 예(羿)가
신병(神兵) 사일적천궁(射日赤天弓)으로
아홉 개의 가짜 태양을 쏘아 떨어뜨린 것처럼
슬픔의 바위 사막을 지배하던
눈물을 바위로 만들어버리는 냉혹한 태양이 그대로 베어지고
마법의 태양 헬리오스가 그 자리에 나타났어.
세상은 다시금 헬리오스와 셀레네의 주목을 받게 된 거야
마녀는 소망 했어
이곳에 가득찬 모든 슬픈 사연을 가진 이들이
진정으로 모두 자신들의 행복과 마주할 수 있기를
그들이 진정으로 소망하던 그 모든 것들과
당당히 대면 할 수 있기를
더 이상 감정의 굶주림과 이성의 목마름으로
서로에게 상처 입히게 되는 일이 없기를
소망의 검이 찬란하게 빛나며
그들을 둘러싼 세상과 모든 사람들을
마치 신기루처럼 사라지도록 했어
그들은 이제 모두 각자의 운명과 마주하게 될 거야.
진정 신(神)의 이적(異跡)과도 같은
그런 기적을 일으킨 두 사람
어느덧
눈물을 그치게 된 대장장이는
나는
이제 정말 아무것도 남지 않았어.
지금 여기 서있는 것은 그냥 빈껍데기
더 이상 아무것도 소망 할 수 없고
무엇에도 슬프지 않고
무엇에도 분노하지 않아
인내심? 그건 도대체 뭐지?
다시 떠나갈 거야
이름 모를 정류장에서
나락(那落)의 버스를 타고
이곳 슬픔의 바위 사막에 도착 했던 그때처럼
떠나가다 보면 도착하겠지 삶의 종착역(終着驛)으로
그런 나의 손을
마녀가 붙잡았어.
마치
몽환의 숲에서
그리움의 주인공이
나에게 처음으로 먼저 말을 건네었을 때
내가 지었던 표정 같은
상처입기 쉬운 앳된 소녀의 표정이 그 자리에 있었어.
그녀는,
내가 살아오며 보았던 그 어떤 햇살보다도 더 찬란하게 빛나는
마법의 태양 헬리오스의 빛을 머리의 뒤에 후광처럼 두르고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애써 미소 지으며 나에게 이야기 했어
“나와 함께 가요”
당장이라도 울어버릴 것만 같은
오랜 세월 단 한 번도 표출 되지 못했던
아름답고 지혜로웠던 소녀의 감성
끝끝내 목구멍 밖으로 꺼내지 못했던
억눌리고 억압받고 스스로도 자신조차도
가능성 없는 일이라며 포기해야 했던
가장 하찮게 취급되어진 자신에게
진정으로 자유를 주기 위한 행동
모든 가식과 거짓과 기만의 옷을 벗어던지고
상처입기 쉬운 가녀린 속살을 내비치는 순간
그것은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잃어버려야만 했던 어떤 남자에게
너무나도 아름다운 소녀가 건넨 단 한마디의 언어
그동안 내가 슬픔의 바위 사막에서 흘려 왔던
필요에 의해 흘려온 한 방울의 눈물의 정체
남녀의 서로의 하나 된 소망이 마침내 교차하고
운명이 하늘로 주사위를 던지는 순간
그것은
세상을 종말로 이끌 수도 있는 소망의 검조차도
그 순간만큼은 결코 개입할 수 없는 1초의 순간이야
내가 마주했던 그 햇빛은,
나의 기억속에서 그녀와 함께 떠오르곤 하는 그 찬란한 햇빛은,
그런 것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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